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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쑥날쑥 ‘민심 바로미터’… 여론조사를 봐도 여론이 안 보인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여러 조사업체에서 여야 대선 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쏟아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펼치고 있다는 결과가 발표되는가 하면, 윤 후보가 오차범위 밖에서 이 후보를 앞선다는 결과도 나온다. “어떤 조사 결과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워하는 유권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달 22~26일 전국 18세 이상 30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다자 대결에서 윤 후보 지지율이 46.3%로 이 후보(36.9%)를 9.4% 포인트 앞섰다.

반면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달 26~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선 이 후보와 윤 후보 지지율이 35.5%로 동률을 기록했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두 조사가 같은 주에 진행됐고 같은 날(지난달 29일) 발표됐는데도 결과는 동률에서 9.4% 포인트까지 큰 차이를 보인 것이다.

여론조사 간 차이가 이처럼 극명하게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조사 방식의 차이를 핵심 요인으로 꼽는다. 조사를 사람(면접)이 하느냐, 기계(ARS)가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무선(81.4%)·유선(10.2%) ARS 조사와 무선 전화면접(8.4%)으로 실시된 반면, 한국리서치 조사는 100% 무선면접으로 진행됐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ARS 방식과 면접 방식을 가장 큰 차이로 꼽는다”며 “ARS는 기계음으로 진행되는 조사로, 끝까지 응답하는 사람을 정치 고관여층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는 다양하다. 조사 시기도 그중 하나다. 여론조사업계에선 통상적으로 주말에 조사를 진행할 경우 결과가 진보 진영에 유리하게 나오고, 주중에 조사할 경우엔 보수 진영에 유리하게 나온다고 본다. 이 후보와 윤 후보가 동률을 기록한 한국리서치 조사는 조사 기간 사흘 중 이틀이 주말이었다.

여권의 여론조사 전문가는 “실제로 주말에 무선 전화면접을 하면 이 후보에게 잘 나오고, 주중에 조사하면 불리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며 “이 후보가 우세를 보이는 층이 30~50대 화이트칼라 계층이기 때문에 주중에 전화를 못 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설문 문항 설계도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설문 문항에서 불리한 이슈를 먼저 묻고, 이후 해당 후보에 관해 질문할 경우 자연스럽게 지지율에 나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송경재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여론조사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어려운 문제”라며 “설문 문항 설계, 표본집단 구성, 조사 기간, ARS와 전화면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탓에 조사 방법이 비슷해도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각 업체가 내놓는 다양한 조사 결과들을 놓고 어떤 경향성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올해 여론조사는 윤 후보가 ARS 방식에서, 이 후보가 전화면접 방식에서 각각 우세를 보인다는 특징이 있다.

국민일보가 지난달 셋째 주에서 넷째 주까지 전국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여론조사를 전수 분석한 결과, ARS 방식의 여론조사 16건에서 윤 후보가 평균 7.5% 포인트 차이로 이 후보에게 우세한 경향을 보였다. 반면 전화면접 방식의 조사 6건에선 윤 후보와 이 후보 간 격차가 평균 3% 포인트로 크지 않았다.

이런 현상을 두고 민주당 내에선 ‘샤이 진보가 여론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2017년 대한정치학회가 중앙선관위 의뢰로 당시 19대 대선 여론조사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화면접에 비해 ARS 조사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율이 일관되게 높게 나타났다. 특히 무선 ARS 방식에서 문 후보 지지율이 높았다.

올해는 이와 딴판으로 민주당 후보가 ARS 조사에서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부동산 문제 등 여권에 불리한 이슈가 많고 무엇보다 정권교체론이 여전히 높게 지속되고 있다”며 “이런 흐름 속에선 민주당 지지층이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19대 대선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영향으로 문 후보가 탄력을 받아 민주당 지지층이 여론조사에 적극 응했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론조사에 대한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여론조사 자체가 많아진 건 문제가 아니며, 조사 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는 요소를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송 교수는 “현행 선거법상 여론조사업체는 신고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설립 기준을 강화해야 하고, 조사분석요원 신고제를 통해 제대로 된 여론조사업체를 양성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여론조사 결과들을 종합해서 평균을 낸 미국의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표본 추출에 대한 신뢰성 문제도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군소 업체에선 ARS 방식으로 조사할 경우 지금까지 ARS 응답을 잘해줬던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표본이 오염되기도 한다”며 “무작위 방식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데이터가 섞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해당 조사업체에서 내부 고발이 있지 않은 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가 이를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은 현실적 한계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업체마다 조사 방식이 다르다 보니 결과가 너무 다르게 나온다”며 “조사 방식의 배합 등을 놓고 여론조사 전문가들이 모여서 상의할 시기가 왔다”고 지적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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