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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문대통령 레임덕 부동산에 달렸다

[김세형 칼럼] 문재인 정부의 안위가 기어이 부동산 문제 해결 여부에 걸리고 말았다.

22번의 정책이 실패하고 23번째가 나올 무렵 그린벨트 해제, 행정수도 이전 등 아주 원초적인 문제까지 망라하며 문재인 정부의 능력, 이념, 정책의 방식에 온 국민의 시선이 제대로 꽂혔다.

23번째 정책은 수요 억제의 한계를 인정하고 공급 정책으로 전환하는 데서 그 이전 22번의 정책과 확연히 구별된다.



동시에 국회는 취득, 보유, 양도 3단계에서 엄청난 증세를 하는 대못을 꽝! 꽝! 꽝! 3차례 박았다.

최고세율을 보면 취득세 12%, 보유세 6%, 양도세 75%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을 법에 장착했다.

이래도 투기할래? 실제로 부동산업계는 "이제 한국에서 아파트 투기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할 정도가 됐다.

그리고 총리실, 여당, 청와대가 몇 차례 회의를 거쳐 13만2000가구에 달하는 회심의 공급 정책을 내놓은 게 8월 4일이다.

이제 한 주가 지났는데 시장은 안정되고 투기는 끝날 것 같은가?

아니다. 강남에 새 아파트 5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회심의 `공공 참여형 재건축`은 발표하기 무섭게 은마, 잠실5단지 등에서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과천종합청사 앞 공터, 마포 상암지구 등 노른자 땅에서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도대체 현장 확인도 안 하고 발표하는 배짱은 `무능` 외에 무엇으로도 표현이 불가능하다.

뭔가 어려운 과제를 이뤄내려면 무엇보다 청와대와 국토부 핵심 담당자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김조원 민정수석의 잠실 아파트 매물 사건은 국민의 불신을 확인시켜준 사건이었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작년 12월에 "2020년 상반기에 청와대 수석들의 다주택을 정리하겠다"고 발표했는데, 6월 말이 안 되니 7월 말, 그것도 안 되니 8월 말까지 확실히 끝낼 것이라고 계속 미뤘다.

이럴 때 비서실장의 말은 대통령의 약속으로 국민은 생각한다.

그런데 김조원 민정수석이 내놓은 잠실 매물은 시장가보다 2억원 이상, 시세보다 10% 높게 내놓은 사실이 조선일보 인턴기자에 의해 적발됐다.

부동산 시세가 10% 더 올라야 만족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집값이 취임 당시만큼 떨어지면 좋겠다고 연초 기자회견에서 밝혔는데 민정수석은 현 정부 들어 52% 폭등한 데서 또 10% 오르는 게 정찰값이라고 우긴 것이다.

이러한 대통령의 신뢰가 걸린 사안에서 노영민 비서실장은 매일 수석들에게 매각을 닥달하고 챙기는 게 기본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그건 아내나 복덕방에서 한 일인 것 같다"며 한가롭게 남의 일인 것처럼 말했다.

노영민과 김조원이 큰 소리로 싸우고 비서실장 자신의 아파트 매각 사실조차 확인해 줄 수 없다니 문 대통령의 청와대는 아예 영(令)이 없는 것 같다.

정책이 실패로 드러나는데도 청와대 경제라인, 김현미 장관은 책임을 묻지도 않았다. 김조원만 아웃시키고 노영민 실장을 그대로 두면 이게 뭔가.

그순간 시장에서 악재 하나가 또 터졌다.

미국인, 중국인들이 강남 아파트 시장에서 갭투자로 아파트 투기를 마음껏 한다는 국세청 발표가 그것이다.

어떤 미국인은 한국의 금융, 다주택 규제를 하나도 안 받고 아파트 41채를 매점매석했다니 당국은 뭘하고 있단 말인가.

3년간 7조원어치 아파트를 주로 강남 등 노른자 지역에서 투기했으며 중국인만 3조원을 넘겼다는 것이다.

나는 이 문제를 좀 더 조사해봤다

국세청 발표는 한국인 주민등록번호가 아닌 외국인임을 표시하는 신분 번호를 적은 등기부등본을 조사해서 처음으로 통계를 내본 것이라 한다.

그것도 국가기관이 파악해서가 아니라 언론에서 외국인 투기 보도가 있어서 처음으로 대법원에서 자료를 받아 통계치를 내본 것이라 했다.

청와대 경제라인, 국토부, 기재부는 외국인의 부동산 투기 개입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증거다.

싱가포르 등 주택 사정이 안 좋은 국가는 아예 외국인 집 구입을 금지시키기도 하는데, 그런 사례조차도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뿐만 아니다. 문재인 정부 초반부터 시장에선 공급 부족으로 매매, 전세가 천정부지인데 청와대, 국토부는 임대주택, 법인을 장려함으로써 완전히 거꾸로 갔다.

투기세력에 마음껏 시장을 농단한 지 3년이 지나서야 심각성을 깨닫고 임대제도를 폐지하느라 후유증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럼에도 탈원전으로 고집을 증명한 문 대통령이 김현미 장관을 절대로 바꾸지 않는 건 야당에 호재다.

일단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 5명이 일괄 사표를 내고 부분 수용한 사건은 시장에 1차 항복을 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일부 수석의 사표를 받은 것으로 부동산 때문에 빚어진 사건이 끝나는 건 아니고 오히려 새로운 시작이다.

23번째 부동산 정책에서 매매·전세시장이 안정을 이뤄야 한다.

문 대통령 임기가 2년도 안 남은 상황에서 이 문제를 자칫 잘못 다루면 그대로 레임덕으로 흘러내릴 수 있다.

지금은 해답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나와 있다.

주택시장이 안정되려면 보급률이 105%여야 하는데 서울은 95.9%로 대략 30만가구가 부족하다. 이번에 제시한 13만2000가구 공급은 턱도 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원래 이명박 정부 때 이런 수급사정을 알고 강북 뉴타운을 통해 25만가구를 공급하는 플랜을 만들어 놨다.

그런데 박원순 전 시장이 그걸 취소시켜 뭉개버렸고 김현미 장관은 수요 억제(세금, 대출 금지)로 막을 수 있다고 밀어붙였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어리석음이다.

이 정부 초반 30만가구 공급 로드맵 5년 계획을 세워서 착착 실천에 옮겼으면 투기붐도, 수많은 서민들의 고통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엄청난 오판을 했다.

나는 그 심리적 근원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다.

어떤 국내 건설업자가 여당 측에 "경부고속도로가 강남을 관통하는 부분을 복개해서 그 위로 공원화, 아파트 건설을 하면 엄청난 물량 공급이 가능하다"는 안을 제시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돌아온 반응은 "거기 입주민이 늘어나면 그들이 우리를 찍어줄까?"라고 말하더란다.

강남에 좋은 아파트를 공급해주면 입주민들은 보수당을 찍고 자기네의 적이 될 것으로 계산한 속셈이다.

부자들에게 좋은 일은 절대로 시켜주지 않겠다는 비뚤어진 정치적 표계산이 `심각한 공급 부족`을 촉발하고 그 파장이 서울 전역으로 퍼지게 되고 이제 3040계층을 패닉 바잉의 절망에 빠뜨리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주택 문제를 이념으로 접근해서 이렇게 망쳐버린 것이다.

이제 시장의 심리가 급박해졌다.

23번째 대책에서 재건축 용적률을 500%로 올려서라도 공급을 늘리지 못하면 부동산시장 안정은 실패하게 된다.

그러면 사태는 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홍콩, 도쿄는 도심 용적률이 2000~3000%에 달하기도 한다는 점도 참고해야 한다.

행정수도 이전도 같은 시간이 걸리는 계획은 좋은 해법도 아니다.

23차 대책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기거에도 정치적 표계산이 들어 있다. 그것이 성공에 방해가 될 공산이 크다.

강남 부자들을 더 부자로 만들어줄 수는 없고 공공참여(분양·임대)를 25%가량 넣어 내 편을 챙기겠다는 것 같다.

이것은 묘수인 것 같기도 하지만 반시장적인 측면도 있다.

입주민들이 공공임대나 공공분양 비중이 커지면 아예 공공아파트가 돼서 가치 하락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지금 시장엔 시간이 없고 빨리 공급을 내란 독촉이 극심하다.

지금껏 수요공급 법칙이란 시장 원리를 거스르다 참패했다. 노무현 정권 때 그렇게 겪어봤으면서도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다니 딱하다.

이젠 부동산 공급 확대는 정치적 득실을 따질 겨를이 없이 레임덕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조건이 되고 말았다. 시간을 낭비한 죄다.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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