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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지방시대] 해양바이오·친환경에너지… 해양과기원, ‘기회의 바다’ 연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해양과학 분야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우리나라가 세계적 수준의 해양경쟁력을 갖추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다. 사진은 부산 영도구 KIOST 본원. KIOST 제공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1973년 설립 이래 오롯이 바다를 연구해온 국내 유일의 종합 해양연구기관이다. 해양과학 기초연구부터 해양 관련 첨단기술 개발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해양경쟁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역량을 집중해 온 KIOST는 최근 미세플라스틱, 기후변화 등 사회 현안 해결책 마련과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연구까지 확대 추진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바다에서 친환경에너지 생산을 비롯해 새로운 해양생물·광물자원의 발견과 활용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러한 국제 정세에 발맞추어 KIOST가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연구 중 하나는 ‘해양바이오’다.

해양바이오는 생명공학기술을 바탕으로 해양생물에서 바이오소재를 개발해 의약품이나 기능성 식품 등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분야로, 독특한 해양환경에서 특별한 생명현상이나 생체물질이 바이오산업에 유용한 과학적 원리나 산업적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해양에는 지구 전체의 80%에 달하는 수십만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지만, 1% 정도만 바이오소재로 이용되고 있다.

종합해양과학조사선 이사부호. KIOST 제공

이를 위해 KIOST는 국내외 바다에서 심해, 열수구 등 미개척 해양 극한환경을 탐사해 다양한 생물자원을 확보하고 극한환경 생존을 위한 독특한 생명현상을 이해하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에는 종합 해양조사선 이사부호를 타고 나간 연구진이 인도양 해저 3000m 부근에서 우리나라 2·3번째 열수분출공을 잇달아 발견했다.

열수분출공은 마그마에 의해 뜨거워진 해수가 지각의 약한 틈을 뚫고 솟아나면서 해수 속 금속이온과 접촉하면서 형성된다. 열수분출공 주변은 온도가 300도가 넘고 독성물질로 가득하지만, 이에 적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이런 극한 환경에서 사는 열수 생물은 광합성이 이뤄지는 생태계와 달리 화학합성을 통해 에너지를 얻기 때문에 이들에 관한 연구는 새로운 생명자원 개발과 지구생명체 비밀을 밝히는 데 큰 진전을 가져다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이곳에서 게, 고동 등 새로운 생명체를 다량 확보해 이들 생태계가 극한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고 유지하는지에 대한 메커니즘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유용 소재를 활용한 연구도 한창이다. 지난해 고래의 생리적 특성을 활용해 온도 안정성을 높인 ‘FGF2 단백질’을 개발한 데 이어 신약 등을 개발하는 민간기업에 기술을 이전했다. 인간이나 고래 같은 포유류가 보유하고 있는 FGF2은 체내에서 혈관계 세포 증식을 촉진하거나 상처를 치유하는 등 다양한 생리조절 작용에 관여하는 원료로 알려졌지만, 사람의 FGF2는 불안정해 상온에서 24시간 내 대부분 활성이 소실된다. KIOST는 고래의 FGF2가 안정성이 높다는 사실에 착안, 연구 끝에 상용화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

해양바이오는 해양생물을 활용해 새로운 의약품이나 화장품, 신소재 개발뿐만 아니라 친환경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KIOST는 2002년 남태평양 심해 열수구에서 발견한 ‘써모코커스 온누리누스 NA1’을 활용해 수소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유전체 분석 결과 NA1은 수소를 만들 수 있는 효소 7종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KIOST 연구진은 10여년간 수소 생성원리 연구를 통해 일산화탄소와 개미산을 원료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기작을 밝혀낸 데 이어 NA1 균주를 배양해 자연 상태의 수소화 균주보다 수소 생산력이 높은 ‘156T’ 균주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는 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에 연간 330t 규모의 수소 생산시설을 갖추고 막바지 실증 테스트 중이다. 이 설비에서는 순도 99.8%에 달하는 수소를 생산할 수 있으며 생산된 에너지는 수소자동차, 연료전지 발전설비, 수소충전소 등에 활용될 수 있다.

“탄소중립사회로 진일보, 해양바이오가 중요 역할”
김웅서 해양과기원 원장 인터뷰



김웅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사진)은 6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탄소 중립사회로 나아가는데 해양바이오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아직 연구에 활용되지 않은 해양생물이 무궁무진할 뿐만 아니라, 유해가스인 일산화탄소를 친환경에너지인 수소로 전환하는 미생물인 써모코커스 온누리누스 NA1을 활용하면 지금처럼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추출하지 않고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NA1은 가장 환경친화적이고 안정적인 수소 에너지원으로, 상용화가 된다면 현재 화석연료로 생산하는 수소 단가보다 제조원가를 저감해서 경제성을 확보하고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해양바이오 수소를 통해 전국에 수소를 공급하고 원천기술을 해외에 수출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양바이오는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 질환 등에 대한 대응이 될 수도 있다고도 했다. NA1은 수소화 능력 외에도 바이러스를 배양하기 위한 중합 효소의 역할도 뛰어나다. 일반적인 바이러스는 섭씨 50~60도에 10분 이상 노출되면 비활성화되고, 박테리아의 경우 80도에서 10분 정도 노출되면 모두 죽지만 NA1은 80도의 온도가 생장에 가장 적합한 온도다. 이 때문에 NA1의 중합 능력은 20만~50만 배로 빠른 속도로 중합해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 질환을 진단하는 진단 시약의 핵심 기술로 채택되고 있다.

김 원장은 "극한 열수 생태계의 메커니즘 규명 등에 대한 연구는 물론이고 바이오 수소 생산성 향상, 안티바이러스 등에 대한 원천기술 개발 연구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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