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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감당할 수 있겠소?… 오세훈의 공시가 산정권한 요구


오세훈 서울시장 등 국민의힘 소속 5개 시·도지사는 지난 18일 서울시청에서 간담회를 열고 “현장과 괴리된 공시가격 결정을 방지하기 위해 공동주택 공시가 결정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이 공개된 후 같은 단지 내에서도 공시가격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등 공시가격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불거진 데 따른 조치다. 현행법에서는 아파트 공시가격 산정 권한은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있다.

지자체장들의 이런 요구는 과연 현시점에서 실현 가능한 얘기일까. 21일 관련 전문가와 입법 자료 등을 토대로 종합해볼 때 아직은 아파트 공시가격 공시 권한을 지자체에 넘기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공시가격 결정권을 지자체로 넘기자는 논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대 국회 시절인 2019년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이 공시가격 결정 권한을 지자체장으로 이관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부동산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정 전 의원은 법안 제안설명에서 “공시가격이 실제 시장가치 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지역 간 불균형을 초래하고, 공시가격 산정 기준이나 산출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불신이 증가하고 있다”며 “해당 지역 특성을 잘 아는 지자체로 공시가격 조사 권한을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시가격 산정 권한을 지자체로 옮기자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미국과 네덜란드 등 외국 사례를 주로 든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연방정부(중앙정부)가 아닌 주(州) 단위 법을 통해 부동산 과세표준을 정한다. 네덜란드에서도 ‘부동산평가법’에 따라 지자체장이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부동산 가격을 공시한다. 장기적으로는 지방자치 확대하는 차원에서도 지자체가 공시가격 설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하지만 당장 공시가격 산정권을 지자체로 넘기기에는 현실적 장벽이 만만치 않다는 반론이 거세다. 정 전 의원이 발의했던 개정안은 법안 심의 과정에서 대다수 지자체가 반대하면서 결국 20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폐기됐다. 개정안에 대한 국회 상임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9~10월 이뤄진 법안에 대한 의견조회 과정에서 서울시를 제외한 지자체들은 모두 공시가격 조사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하는 데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지자체들이 반대했던 가장 큰 이유는 지역 간 균형성과 형평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다. 각 지자체에서 공시가격을 산정할 경우 비슷한 시세로 거래된 아파트인데 지역마다 공시가격이 달라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공시가격은 과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를 비롯한 60가지 지표에 활용되는데 시가가 비슷한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지역마다 다르게 산정되면 그 혼란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고 우려했다.

공시가격 산정 권한을 선출직인 지자체장에게 부여할 경우 지자체장들이 선거를 의식해 실제 시세에 비례하는 공시가격 산정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정부 관계자는 “집값이 치솟는데 공시가격이 제자리걸음이라면 조세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가 된다”고 말했다.

공시가격 조사 권한을 지자체로 이관하더라도 결국 실제 조사는 지자체 공무원이 아니라 감정평가사 등에게 의뢰하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는 비판이 많다. 오히려 지자체의 업무량이 많아지고 재정적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감정평가사 인건비 등을 포함해, 한 해에 공시가격 산정 업무에 들어간 예산은 약 250억원 안팎이다. 서울 등 재정자립도가 비교적 높은 지자체는 이런 비용이 큰 부담이 아닐 수 있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공시가격을 둘러싼 논란은 권한을 지자체에 넘길 게 아니라 투명한 산출근거 공개 등 제도적 보완으로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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