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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3사·美완성차 업체 생존 전략… ‘합작사’의 세계

사진=서영희 기자

삼성SDI는 지난 4월 실적 발표회에서 미국 등 북미 지역에 단독 공장을 지을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미국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사(조인트벤처·JV) 설립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그로부터 한 달 후에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작사를 출범했다.

이처럼 배터리 업계에서는 합작사 세우기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삼성SDI의 가세로 ‘K배터리 3사’는 모두 미국 완성차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하게 됐다. 그동안 셀 업체와 완성차 업체 사이에 합작사를 만드는 게 큰 흐름이었다면 최근에는 배터리 소재 업체로 확산하고 있다.

밸류체인의 변화


10일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144억 달러였던 합작투자 규모는 지난해 285억 달러로 늘었다. 배터리 업계에만 국한된 통계는 아니지만 전체 숫자에서 배터리 업계의 움직임이 일정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업종별로 따지면 제조업에서의 합작투자 비중이 가장 높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업계의 합작사 설립 이유로 ‘밸류체인의 변화’를 지목한다. ‘원료-소재-배터리-전기차’라는 밸류체인에서 업체들이 ‘윗단(업스트림)’으로 올라가는 구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완성차 회사들이 배터리를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고, 배터리 회사들은 이미 소재 쪽으로 내재화를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합작사가 ‘중간 연결고리’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회사가 어느 날 갑자기 배터리 사업을 시작할 수 없다. 합작사가 사업 확장을 위한 하나의 단계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완성차 업체가 두 단계를 뛰어넘어 소재 업체와 합작사를 세우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포스코케미칼은 지난달 27일 제너럴모터스(GM)와 북미 양극재 합작사인 ‘얼티엄 캠’ 설립을 위한 최종계약을 체결했다. 배터리 소재 기업이 배터리 제조사를 거치지 않고 완성차 업체와 직접 합작사를 만들기는 포스코케미칼이 처음이다.

생존 전략


밸류체인 윗단에 자리한 기업 입장에선 배터리산업의 ‘업스트림 행보’가 달갑지만은 않다. 사업 영역 침범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합작사는 사업 영역을 지키는 하나의 카드로 떠오른다.

이를 잘 활용하는 곳 중 하나가 LG에너지솔루션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얼티엄 셀즈’를, 스텔란티스와 ‘넥스트스타 에너지’를 세웠다. 완성차 업체들의 배터리 내재화 흐름을 배터리 기업의 사업 기회로 만든 셈이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올해 초에 “합작사 카드를 통해 완성차 업계의 내재화에 대응해 왔다. 폴란드 외 유럽 지역에 신규 배터리 공장을 지을 경우 독자투자보다 완성차 업체와 설립한 합작사를 통해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었다.


이제 막 성장세에 올라탄 전기차 시장에서 합작사로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목적도 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2024~2025년에 배터리, 2027~2028년에 원재료 품귀 현상을 빚을 것”이라며 “수요·공급 불균형에 대응할 시간이 없다”고 분석했다.

합작사는 불확실한 대외환경에서 안정적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장점도 있다. 완성차 업체는 합작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받고, 배터리 업체는 확실한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다. 소재·원료 업체에도 마찬가지다.

최근의 합작사 설립은 미국에 치중돼 있다. 이는 2025년 7월 발효하는 신(新)북미자유협정(USMCA)의 영향이다. USMCA 발효 후에는 미국 멕시코 캐나다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부품의 현지 비중을 75% 이상으로 올려야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주도권 싸움


합작사에선 누가 주도권을 쥘까. 합작사 이름만 봐선 알기 어렵다. 각자의 정체성을 절반씩 드러내서다. 스텔란티스는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사 명칭에 ‘스타’를 넣었다. ‘별들로 반짝이다’는 뜻을 가진 라틴어 ‘스텔로(Stello)’를 어원으로 하는 만큼 스타를 꼭 넣겠다고 했다고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를 넣었다. 통상 부품 업체가 단순 하도급에 머무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 시장에선 배터리 업체 입김이 근소하게나마 센 편이다.
사진=연합뉴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와 합작사를 만들면서 지분 51%를 갖기로 했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스텔란티스와 합작사를 만들면서 지분 51%를 손에 쥐었다. 합작사에서 지분 절반에 1%를 더 가져가는 건 의미가 크다. 이 1%로 의사결정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지분 구조가 5대 5라면 주도권 경쟁은 치열해진다. 보통 5대 5 구조의 합작사는 각 회사가 평등한 관계를 유지한다. 의사결정에서도 서로의 의견이 일치해야 한다. 다만 세부계약에 따라 주도권의 무게추가 한쪽으로 기울기도 한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만든 얼티엄 셀즈의 주도권은 LG에너지솔루션에서 잡고 있다. 두 회사가 절반씩 가지고 있지만 약정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에서 과반수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합작사 설립 계약을 맺고 출범하기까지 수많은 협의 과정을 거친다. 각자의 목적이 분명한 만큼 합작사 위치부터 지분율, 의결권 행사, 합작사명까지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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