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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마초男 아웃’… 美 연애소설 페미니즘 바람

최근 미투 운동의 열풍 속에 미국 연애소설계에서도 주체적인 여주인공과 헌신적인 남주인공 등 시대상을 반영한 캐릭터와 스토리가 인기를 얻고 있다. 왼쪽부터 ‘공작부인의 하루(Day of the Duchess)’와 ‘머물게 해줘(Make me Stay)’, ‘스캔들을 시작해볼까(Do you want to start a Scandal)’. 아마존닷컴

미국의 인기 연애소설 작가 세라 맥린(39)은 대선이 있던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모습을 보고 망연자실했다. 여성혐오 발언을 일삼고 불륜에 강간 전력까지 의심받는 남성이 나라를 대표하는 자리에 오르는 건 여성인 맥린에게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맥린이 새 작품 ‘공작부인의 하루(Day of the Duchess)’ 출판을 3주 앞둔 시점이었다.

맥린은 새 작품의 마초 남주인공 ‘헤이븐 공작’도 트럼프와 닮은 면이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견딜 수가 없었다. 출판사의 담당 편집자에게 전화를 건 맥린은 작품 전체를 갈아엎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6월 새로 내놓은 작품에서 헤이븐 공작은 여주인공에게 헌신적이고 부드러운 남성으로 재탄생했다.

연간 10억 달러(1조700억원) 이상 규모를 자랑하는 미 연애소설 시장에서 페미니즘 바람이 불고 있다. 노골적 여성혐오주의자인 트럼프 대통령 탄생에 따른 반발과 미투(#MeToo) 운동 등을 겪으면서 소설 속 로맨스도 달라지는 양상이다. 피학적인 성적 판타지를 앞세우던 과거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여성상과 헌신적인 남성상이 작품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미국에선 최근 수년 사이 이북(ebook) 등 접근성 높은 매체가 대중에게 확산되면서 연애소설의 인기가 급속하게 늘었다. 미 연애소설작가협회(RWA) 종합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미국 소설시장에서 연애소설의 비중은 34%에 이른다. 연애소설의 독자 중 84%가 여성이며 이들은 대부분 30∼44세에 몰려 있다.

하지만 이들 작품에는 왜곡된 성(性) 인식과 판타지가 작품에 그대로 반영된 사례가 대부분이다.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을 때리거나 납치, 강간하는 일이 빈번했다. 여성이 작가와 독자층 모두 주를 이룬다는 이유로 근대 연애소설의 등장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페미니즘 진영에서도 이를 지적해 왔다.

최근의 흐름은 확연히 달라졌다. 여주인공이 억만장자에 권력자로 등장하거나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자가 되기도 한다. 근대 여성인권운동가 ‘서프러제트’를 주인공으로 한 역사 연애소설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여주인공이 하인이나 일꾼으로 고용한 남성과 사랑에 빠지는 작품도 있다.

인기 시리즈 ‘아름다운 그놈(Beautiful Bastard)’을 공동집필해 온 작가 크리스티나 홉스와 로렌 빌링스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전에는 능력 있는 남성 주인공들의 못된 이미지가 당연시됐지만, 앞으로는 삐뚤어지게 된 과정을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연애소설계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원더우먼’이 초능력을 갖춘 여성을 전면에 내걸었던 게 대표적인 예다. 수년 전 인기를 끈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나 ‘모아나’ 등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 이탈리아에선 1월 고전 오페라 ‘카르멘’이 남주인공에게 여주인공이 살해당하는 원작의 결말이 바뀐 채 공연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베스트셀러였던 ‘82년생 김지영’(민음사)을 비롯해 ‘딸에 대하여’(민음사), ‘현남오빠에게’(다산책방) 등 여성을 소재로 한 소설이 인기를 얻고 있다. 미투 운동이 거세게 인 국내 연극계에서는 성폭행 장면을 삭제하거나 여성혐오적인 남주인공의 설정을 바꾸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