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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풍경화] 밖에서는 천재, 안에서는 바보


아무래도 나는 천잰가 보다. “아저씨, 새우깡 어딨어요?” “왼쪽 진열대 둘째 줄 다섯째 칸에 있어요. 보이시죠?” 한 치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포카리스웨트는요?” “음료 냉장고 셋째 칸 넷째 줄에 있어요.” 냉장고에 아마도 일곱 개쯤 재고가 있을 것이라고 속으로 가늠한다. 손님이 나간 후 확인해보니 과연 일곱 개. 역시 나는 천재 맞는다. 이토록 ‘암기왕’인 내가 “태정태정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백악기-쥐라기-트라이아스기, 수소-헬륨-베릴륨-붕소”, 그 순서는 왜 이렇게 잘못 외워 손바닥을 맞았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나는 ‘관찰왕’인가 보다. 단골손님이 처음 보는 스카프를 매고 왔다. “스카프 샀나 보네요” 말을 건네니 “어머, 아저씨 어떻게 아셨어요?” 하고 마스크 너머 만족하는 미소가 번진다. “하양 분홍 은은하게 뒤섞인 모양이 한들한들 벚꽃 같아요”라고 칭찬해주니 “와! 아저씨, 시인(詩人)하셔도 되겠다” 하면서 화알짝 웃는다. 아무래도 나는 ‘멘트왕’인가 보다. 시의적절, 손님 마음에 쏙 들어가 꽂히는 ‘닭살 멘트’를 만들어낸다. 오늘도 새로 나온 커피가 좀 쓰다는 손님에게 “달면 금방 질린대요, 적당히 써야 인생이지요”라고 어디선가 주워들은 멘트를 뻔뻔히 날렸다. 아, 소름 돋아!

어쨌든 이토록 뛰어난 관찰력을 지닌 내가, 이토록 그윽한 멘트를 빚어내는 내가, “오늘 뭐 바뀐 것 없어?”라는 아내 물음에 “옷 새로 샀네?”라고 시큰둥 말했다가 등짝 스매싱을 당하는 이유는 알다가도 모르겠다(파마 새로 한 것도 몰라보고). 지금은 ‘편의점의 음유시인’이라고 내 맘대로 자아도취에 빠지는 내가 대학 시절에는 왜 그리 숱한 소개팅을 다니면서 번번이 퇴짜를 맞았던 건지 그것 역시 모르겠다(그리하여 지금의 아내를 만났으니 천만다행인 걸까).

아무래도 나는 ‘청소왕’인 것 같다. 편의점 청소에 관한 한 나를 당할 자 누가 있으랴. 시식대, 전자레인지, 냉장고, 커피머신, 온장고, 진열대 구석구석, 계산대 아래까지 번쩍번쩍 닦아 놓는다. 알바생은 서너 시간 끙끙거릴 청소 구역을 나는 한 시간이면 뚝딱 끝낸다. 그리고 유유자적 ‘청소를 이 정도는 해야지’ 하면서 잘난 척한다. 게다가 나는 ‘진열왕’이다. 신상품이 도착하면 어느 자리에 어떻게 진열하면 되는지 척척 결정한다. 쿠키는 쿠키끼리, 빨강은 빨강끼리, 초코 맛은 초코끼리 정답처럼 짝지어 놓는다. 상품 위치가 뒤바뀌면 금방 알아차린다.

이토록 청소를 잘하는 내가, 이토록 정리를 잘하는 내가, 이토록 꼼꼼한 내가, 왜 집에서는 “여보, 땡땡이 양말 어딨어?”라고 자꾸 물어야 하는 걸까? 눈앞에 TV 리모컨 하나 찾지 못해 더듬거리다가 “자, 여기!” 하고 건네줘야 매번 헤헤헤 뒤통수를 긁는 걸까? 왜 밖에서는 천재인 내가 집에만 오면 이토록 바보가 되는 걸까? 나른한 봄이 깊어간다. 그래, 집에서는 암기왕, 관찰왕, 청소왕 자리일랑 탐하지 말고 나는 그저 딸 바보, 아들 바보, 내 마누라 바보로 사는 것이 제일이다. 봄볕처럼 따뜻하고 영원한 ‘내 편’들을 거들면서, 오늘도 헤헤헤.

봉달호 작가·편의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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