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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원에 흘러든 ‘돼지 피’ 뒷북 대응…부처 칸막이가 원인

유입 이틀 지나서야 수질 검사
방역 담당 농식품부, 수질 담당 환경부와 ‘엇박자’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미흡한 점 있었다”

경기 연천군의 돼지매몰지에서 침출수가 유출된 것과 관련해 정부의 ‘뒷북 대응’이 논란을 낳고 있다. 핏빛 침출수가 하천으로 흘러든 지 이틀이 지나서야 수질 검사에 돌입해 뭇매를 맞았다. 방역을 진두지휘하는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사건 발생 나흘 만에야 현장을 찾았다. 방역 담당인 농식품부와 하천 관리 주무부처인 환경부가 손발이 맞지 않으면서 촌극을 빚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논란을 부른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 10일이다. 경기 연천군의 한 매몰지에 쌓아둔 돼지 사체에서 피가 새어나와 인근 하천으로 유입됐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차단을 위해 예방적 살처분을 한 돼지의 사체에서 나온 피였다. ASF 바이러스가 하천으로 스며들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인근 하천은 상수원인 임진강으로 연결된다. 먹는 물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

정부가 두 팔 걷고 나선 시점은 사건 발생 이후 이틀이 지난 뒤였다. 환경부는 지난 12일 임진강 금파취수장의 취수를 일시 중단한 뒤, 매몰지 인근 하천과 임진강 4개 지점에서 시료를 채취해 수질 검사를 했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다행히 수질 검사 결과 이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뒤늦은 대응’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매몰지 관리·점검을 맡아야 할 농식품부도 자유롭지 못하다. 김 장관은 사건 나흘 뒤인 14일 오전에야 현장을 찾았다. 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살처분과 매몰 과정이 순차적으로 잘 이뤄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지난 13일 이낙연 총리으로부터 질책을 받고 부랴부랴 현장 방문 일정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농식품부와 환경부가 뒤늦게서야 대응에 나선 배경에는 ‘부처 칸막이’가 있다. 살처분과 매몰 업무는 농식품부가 관장한다. 매몰 이후 침출수가 토양·하천으로 흘러들면 이는 환경부의 영역이다. 이번 사건은 두 영역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 어느 부처의 업무 소관인지를 따지는 사이 하천이 오염되고 말았다. 김 장관은 “관리가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