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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만에 LCD 접는 삼성디스플레이, QD 투자 망설이는 이유


삼성디스플레이가 30년 만에 LCD 사업에서 완전 철수한다. 하지만 LCD를 이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퀀텀닷(QD) 디스플레이 투자는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TV용 대형 LCD를 생산하는 충남 아산캠퍼스 8세대 생산라인에 마지막 유리기판을 투입했다. 이번 생산을 마지막으로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에서 철수한다. 1993년 LCD를 처음 생산한 이후 30년 만이다. LCD 생산설비는 LCD 사업을 계속하는 중국, 대만 업체 등에 매각할 예정이다.

이는 예정된 수순이다. LCD는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이어서 계속 생산을 줄여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대신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중소형 OLED를 확대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갤럭시, 아이폰 등에 들어가는 OLED 대부분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만들고 있다.

문제는 LCD를 대체할 QD디스플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일찌감치 QD디스플레이에 대한 로드맵을 세웠다. 2019년 10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한 투자계획 발표 행사에서 2025년까지 QD디스플레이에 13조원을 투자해 미래 디스플레이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QD디스플레이가 삼성그룹 전체의 미래 전략 사업 중 하나임을 천명한 것이다. 8세대 LCD 생산라인은 순차적으로 QD디스플레이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고, 2025년까지 생산능력을 점차 확대한다는 청사진도 그려놨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는 8세대 라인 투자계획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최대고객인 삼성전자가 QD디스플레이 채택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디스플레이를 삼성전자, 소니, 델 등에 공급하고 있다. 이중 삼성전자 비중이 가장 많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삼성전자가 QD디스플레이를 많이 쓴다는 보장이 있어야 생산라인 투자를 늘릴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율을 높이고, 번인(화면에 잔상이 남는 것) 문제 등 기술적인 난제도 하나씩 극복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단가를 낮출 수도 있다.

하지만 TV를 만드는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로선 지금 단계에서 QD디스플레이를 적극적으로 채택할 필요성이 낮다. LCD 패널로 만드는 주력 TV제품 QLED는 여전히 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잘 팔리고 있다. LCD보다 단가가 비싼 QD디스플레이를 쓰는 게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QD디스플레이 TV를 유럽, 미국 등 일부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패널 종류와 상관없이 최고의 TV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패널은 TV의 일부일 뿐이라 무리하게 사용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QD디스플레이를 둘러싼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의 불협화음이 삼성그룹 전체의 컨트롤 타워 부재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삼성 총수인 이 부회장의 지시사항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 미래전략실이 있을 때는 최고위층에서 계열사간의 이견을 조정하고 일이 진행되도록 조율했다. 하지만 현재 삼성에서 사업부간의 이해관계가 상충할 때 이를 조율할 컨트롤 타워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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