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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스톡홀름 증후군’ 퍼트리샤 납치사건의 전말

◇17일/롤라 라퐁 지음·이재형 옮김/344쪽·1만5000원·문예출판사
1974년 2월 4일 언론재벌 허스트가(家) 상속자 퍼트리샤 허스트가 좌파 무장단체 SLA에 인질로 납치된다. 두 달 뒤 퍼트리샤는 ‘타니아’로 개명하고 SLA의 일원이 돼 은행강도 사건에 가담한다. 그는 SLA의 일원임을 선언하며 무장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한다.

SLA가 FBI에 의해 무력 진압된 후, 도주한 지 1년 4개월 만에 체포돼 무장강도와 테러리즘 혐의로 법정에 선 퍼트리샤는 충격적인 발언으로 미국을 혼란에 빠뜨린다. “모든 일은 SLA에 세뇌되어 한 행동이기 때문에” 자신은 무죄라는 것. 퍼트리샤의 사례는 인질이 세뇌 또는 생존본능에 의해 인질범 또는 공격자에게 동조하는 증세나 현상을 일컫는 ‘스톡홀름 증후군’의 대표적인 사례로 회자된다.

이 소설은 퍼트리샤의 전향이 SLA에 의한 세뇌인지 자유의지의 결과물인지에 대한 저자의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저자는 퍼트리샤의 범죄 행위가 SLA에 의해 세뇌당한 결과물이라며 무죄를 주장하는 변호인단에 고용돼 그들의 논리를 뒷받침할 보고서를 만드는 미국 교수 진 네베바와 프랑스인 비올렌을 가상인물로 세웠다. 퍼트리샤가 남긴 음성 메시지와 사진, 당시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해 두 사람은 퍼트리샤의 변화 뒤에 숨은 힘을 추적한다.

‘10대의 여성 상속자가 자신의 의지로, 그것도 두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혁명가로 변신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네베바의 처음 생각이었다. 이야기는 네베바와 비올렌이 퍼트리샤의 선택이 세뇌도 악마화도 아닌 그녀의 자유의지라는 결론을 내리는 과정을 따라간다. 1704년 아메리카 원주민들로부터 공격을 받아 인질로 잡혔던 백인 여성들 중 일부가 “제발 우리를 집으로 데려가지 말아 달라”며 인질로 남길 원했던 사례는 이들이 주목한 다양한 근거 중 하나다. 이들은 원주민과 지내는 동안 ‘가정과 성경에 얽매여 살고 아무도 의견을 묻지 않았던 피조물’에서 벗어나 야영지에서 불침번을 서고 숲에서 나무를 주우며 자유와 책임을 경험했기에 자신의 의지로 인질이 되길 택했다는 것. 네베바와 비올렌이 퍼트리샤 허스트 납치 사건의 전모를 전복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여성이 돌봄의 주체나 유순한 자녀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존재임을 강조하는 저자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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