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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예술-지식 집대성한 네덜란드 최고 명품은?

◇아틀라스 마이오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지도책/강민지 지음/400쪽·2만5000원·모요사
1662년에 제작된 ‘아틀라스 마이오르’ 네덜란드어 판본(오른쪽 위 사진). 책 제1권의 권두삽화(왼쪽 사진)를 보면 고전주의가 당시 네덜란드 회화와 인쇄물에도 큰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책에는 특히 빨강, 노랑, 파란색이 주로 쓰였는데 이는 얀 페르메이르가 그린 풍속화 ‘뚜쟁이’의 부분(오른쪽 아래 사진)을 보면 일상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색이란 걸 알 수 있다. 모요사 제공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행에 필수불가결의 존재는 지도였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을 확인하면 된다지만, 17세기 여행의 민족 네덜란드인에게 지도는 귀중했을 것이다. 네덜란드인들은 지도를 들여다보며 여행의 이미지를 그리고 꿈과 미래를 생각했다. 그렇기에 전 세계 모든 국가와 지역이 그려진 지도가 9∼12권의 책으로 총망라된 ‘아틀라스 마이오르’(대세계지도·1662∼1672년)는 당대 최고의 가치를 지닌 아이템이었다.

책은 이 지도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꼼꼼히 추적한다. 17세기 네덜란드는 역사상 가장 부유한 국가였다. 세계 최초 주식회사인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로 상징되는 해상무역 덕분이었다. 동시에 이 시기 네덜란드는 지식의 개방성을 장려하기도 했다. 당시 영국, 프랑스와 함께 유럽 사상의 3대 중심지였던 네덜란드에서는 인쇄, 도서 산업도 유례없는 성장을 구가했다.

이러한 두 조건 덕택에 네덜란드인은 지리학에 대한 관심, 더 나아가 지도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다. 이에 지리학자 오르텔리우스는 1570년 최초의 근대적 지도책 ‘세계의 무대’를 만들어 판매한다. 그전까지 지도는 두루마리 형태로 말려 있는 데다 무거워서 사용하기 불편했다. 오르텔리우스는 학자들이 만든 지도를 수집해 각 지도에 관한 설명을 달아 책으로 만들어냈다. 무역으로 부를 쌓아 신흥 지배계급이 된 이들 사이에선 개인 도서관을 만드는 게 유행이 됐고, 도서관에 화려한 지도책을 갖추는 게 문화가 됐다.

이에 지도책이 폭발적으로 제작됐는데, 그중에서도 ‘아틀라스 마이오르’는 최고가였다. 네덜란드 지도책 제작의 명가 블라외 가문이 만든 이 지도책에는 당시 가장 트렌디한 이론이었던 지동설을 포함한 천문학적 이미지들이 아름답게 표현돼 있었다. 당시 유럽 전역에서는 한 세기 전 니콜라스 코페르니쿠스가 제기한 지동설이 핫이슈였다. 네덜란드에서는 1633년 지동설을 지지한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로마 종교재판 이후 지동설 논쟁이 한층 뜨거웠다. 이런 배경 속에서 아틀라스 마이오르는 물질적·지적 풍요로움을 표상하는 상품으로 정착했다. 흑백과 채색 판본 두 가지로 제작돼 라틴어,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스페인어, 독일어 등으로 출간됐는데, 채색본의 경우 현재 가치로 약 2만 유로(약 2700만 원)의 고가였다. 그림도 극도로 사치스럽고 화려했다.

이 지도책의 특징은 당대 네덜란드의 예술 흐름을 잘 보여준다는 점이다. 제1권의 삽화를 보면 인물이 여러 겹의 주름으로 풍성하게 표현된 의상을 입고 있으며 그 위로는 아기 천사들이 있다. 이는 고전주의 회화의 전형적 소재로, 네덜란드가 그리스·로마 철학과 미술에 관심을 가졌음을 보여준다. 또 지도에 많이 쓰인 빨강, 파랑, 노랑은 당시 일상복의 대표 색이었다.

사회 전반을 담아내고 있는 아틀라스 마이오르는 단순히 길을 찾기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17세기 네덜란드인들의 성공과 권위, 자긍심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미술사가인 저자는 아틀라스 마이오르를 보고 ‘황금세기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예술품’이라 칭한다. 지도책의 색채와 상징, 채색 등을 곱씹으면 그 예술적 가치가 새삼 경이롭게 다가올 것이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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