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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이드] 길 하나 사이 두고 섰지만… 머나먼 두 남자

- 윤석열 총장 vs 이성윤 중앙지검장
좌천됐던 尹·비주류 설움 겪은 李… 현정권 수사로 전혀 '다른 길' 걸어

"기질적으로 천생 검사"라는 尹… '親文 검사' '을사 2적' 불리는 李


검사들 민심의 추는 尹에 기울어

윤석열(60) 검찰총장과 이성윤(58)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다. 반포대로를 사이에 두고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에서 '검찰 No.1'과 'No.2'로 마주하게 된 두 사람은 비슷한 듯하면서도 전혀 다른 스타일이라는 검찰 안팎 평가를 받아왔다. 전직 검찰 고위 관계자는 "정권 수사를 놓고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례에 따라 윤 총장과 이 지검장은 지난 16일쯤 대검에서 첫 '주례 회동'을 가졌고 수사 관련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 검찰총장(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두 사람은 상처를 자양분 삼아 지금 자리까지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윤 총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으로 정권에 찍혀 지방 한직을 전전했다. 인사가 한 번이라도 삐끗하면 통상 사표를 내는 검찰 조직 문화에도 윤 총장은 오랜 기간 굴욕을 견뎠다. 한 검찰 관계자는 그런 윤 총장에 대해 "기질적으로 다른 천생 검사"라고 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그는 화려하게 부활했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적폐 수사'를 이끌었고, 그 공로로 검찰총장으로 직행했다.

이 지검장도 비주류(경희대) 호남(전북 고창) 출신으로 TK(대구·경북) 보수 정권 시절 차별 인사의 서러움을 선배들에게 자주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2년 서울동부지검 형사부장 시절 휘하의 파견 검사가 수사 편의를 대가로 피의자와 성관계를 하는 사건이 불거지면서, 관리 감독 소홀 책임으로 서울고검, 목포지청장 등 한직을 전전했다. 그러다 대학 선배인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꽃길'만 걷고 있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요직 '빅 4' 중 세 자리를 잇따라 차지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같은 듯 다른 길 걸어온 검찰 1·2인자
한 법조계 인사는 "독실한 크리스천인 이 지검장은 술도 한잔 하지 않는다. 철두철미한 자기 관리에 있어서는 윤 총장보다 한 수 위일 것"이라고 했다. 이 지검장은 평소 은둔형 스타일로 저녁 술자리에도 거의 참석하지 않는다. 참석하더라도 계산만 하고 자리를 뜨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윤 총장은 '말술'에다 강한 보스 기질로 후배들을 이끄는 스타일이다. 두 사람은 자기 확신도 강한 편이다. 한번 옳다고 판단되면 주변과 타협하지 않고 꿋꿋이 밀고 나가는 외골수 기질 역시 공통점이라는 평가다.

법조계에서는 조국 전 장관을 비롯한 정권 관련 수사 정국을 거치며 두 사람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고 보고 있다. 이 지검장은 '조국 수사'가 한창이던 작년 9월 법무부 검찰국장을 하며 "윤 총장을 지휘 라인에서 배제한 특별수사팀을 구성하자"고 대검에 제안해 논란이 됐다. 윤 총장도 작년 7월 이성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중앙지검장에 앉히려던 청와대 인사안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 두 사람의 평가는 어떨까.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사기극'"이라며 정권을 비판하고 사직한 김웅 전 부장검사의 내부 게시판 글에 검사 600여명이 댓글을 달았듯 조직 민심의 무게 추는 윤 총장 쪽으로 기운 분위기다. 윤 총장은 박근혜 정부 때는 물론이고, 그를 중용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포착된 비리 혐의 앞에서는 권력 핵심부가 관련됐더라도 칼날을 들이밀며 직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이 지검장은 최근 일련의 처신만으로도 확실한 '친문(親文)' 검사로 분류된다. 정권 수사 라인을 쳐내는 고위 간부 인사와 검찰 직제 개편안을 함께 주도한 김오수 법무부 차관과 함께 검찰 내 '을사 2적'으로까지 불릴 정도다. 지난 16일에는 이 지검장이 만든 검찰 직제 개편안과 관련해 중앙지검 차·부장검사 전원이 모인 확대간부회의에서 송경호 3차장이 윤 총장의 취임사를 그대로 읊으며 "불법을 외면하는 건 검사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치받았다. 정권 비리 수사를 덮으려는 직속 상관인 이 지검장의 면전에서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관건은 이 지검장의 선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 지검장이 정권 수사를 덮고 윤 총장을 패싱하며 청와대만 바라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 경우 '보스 기질'이 다분한 윤 총장의 스타일상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중론이다. 그러나 차기 검찰총장을 염두에 두고 있을 이 지검장이 검찰 구성원 다수를 무작정 적으로 돌릴 수 있겠느냐는 반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