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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순치되지 않은 윤석열, 검찰개혁 최적임자로 다시 부상”

10월22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석열 검찰총장. [뉴시스]

이번 정부에서는 끝장을 볼 줄 알았다. 검찰개혁 이야기다. 개혁하면 문민정부, 곧 김영삼 정부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처럼, 그때의 개혁 바람은 거침이 없었다. 김 전 대통령의 의지도 강했지만, 국민적 지지는 뜨거워서 댈 정도였다. 그러다 IMF 구제금융 사태를 맞았다. 이로써 문민정부 초반의 개혁 열기도 차갑게 식고 말았다. 이후 들어선 김대중 정부에서는 개혁보다는 혁신이 화두였다. 신자유주의적 의미의 혁신이었다. 참여정부, 곧 노무현 정부가 다시 개혁 카드를 꺼내들긴 했지만, 그 열기는 문민정부 시절만 못했다. 그래도 노 전 대통령은 검찰개혁만큼은 성공시키려 애썼다. 물론 불완전한 상태로 끝났고, 나머지 과제는 문재인 정부로 넘어왔다.

○ 인치를 통한 순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검찰개혁에 손을 대긴 했다. 검찰총장 후보자 추천위원회도 도입했고,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유는 시스템을 개선하고도 ‘인치’(人治)에 의존한 까닭이다. 정권 차원의 수사 개입이 이뤄지고, 검찰총장 이하 수사당국이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외압을 행사해 사퇴를 하도록 만든 때문이다. 그 자리는 당연히 말 잘 듣는 인물로 바꿨다. 인치를 통한 순치(順治)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시스템 개혁을 무력화시킨다. 검찰개혁이 검찰개악으로 귀결되는 순간이다. 검찰개악은 무엇을 낳을까? 정치적 보복이다. 지난 정부에서 권력 실세에게 줄을 댄 것으로 추정되는 인사들에 대한 무차별적 인사 보복을 말한다. 좋게 말해 ‘인적쇄신’이자 ‘물갈이 인사’다.

이런 식의 ‘인치를 통한 순치’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하는 한 개혁의 결과물로서 시스템은 안착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개혁의 끝장을 볼 줄 알았다고 한 이유는 바로 이런 일, 보복 인사의 무한반복 악순환 고리를 끊어낼 것으로 기대한 때문이다. 이것은 비단 필자만의 기대는 아니었을 것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고, 그것은 지지했던 대다수 국민의 기대이기도 했을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최근 문재인 정부는 지난 보수정권 이상으로 정치적 보복인사와 ‘인치를 통한 순치’에 열중하는 중이다. 명분은 그럴 듯하다. ‘과거 시스템 개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바뀌지 않으니, 바꾼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인적쇄신을 대대적으로 해야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사심(私心)’이다. 권력비리를 은폐하려는 의도를 말한다. 사심이 개입되는 순간, 인적쇄신 역시 편중인사로 끝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줄서기의 강요다.

개혁의 원조 격인 김영삼 전 대통령도 소통령으로 불린 실세 아들의 권력비리에 대한 수사를 끝내 강압적으로 막지는 않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도 아들이나 형에 대한 수사에 대해 마찬가지 태도를 취했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만사형통으로 불린 실세 형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고,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에도 실세 측근 최순실에 대한 수사가 이뤄진 것은 물론 수사 결과 본인이 탄핵까지 당했다. 이런 과거의 경험을 이 정부에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방어기제가 작용한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재인 정부의 검찰 순치는 역대급이다.

빛바랜 시스템 개혁에 대한 진심


역설적인 일은 이로써 문재인 정부 역시 검찰개혁의 응력을 쌓고 있다는 사실이다. 보수 세력과 정당으로 하여금 정권 교체 이후 정치적 보복에 대한 유혹을 강하게 느끼게 만들고 있다는 의미다. 언젠가 정권교체는 이뤄질 것이다. 그때 다시 한 번 보복의 피바람이 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은 비단 필자만 느끼는 게 아닐 것이다. 필자는 진심으로 이런 악순환 고리가 끊어지길 기대한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그 일을 해내길 기대했다. 문재인 정부도 처음부터 그랬다고 보진 않는다. 2019년 7월 윤석열 검찰총장을 중용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검찰개혁, 특히 시스템 개혁에 대한 진심이 엿보였다. 하지만 반대여론이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2019년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을 때부터 이상기류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검찰개혁 임무를 수행할 명분을 사실상 상실한 인물에 대한 인사를 굳이 강행할 이유는 없었다. 실제로 조 전 장관은 35일 밖에 근무하지 못했다.

2019년 7월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부터 2019년 9월 조국 전 장관 임명 강행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있었다. 이 수사로 결국 조 전 장관이 낙마를 했고, 2019년 말 청와대의 송철호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했다. 윤 총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민주당 내에서 공식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시점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고 난 이후, 총선 결과 민주당이 압승한 직후인 2020년 6월이다. 누구보다 설훈 의원이 이 일에 앞장섰다. 추미애 장관이 ‘내 말 안 듣는 검찰총장’이라며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고 처음으로 사퇴를 압박하고 나선 시점도 그 즈음이다. 거대 여당이 힘으로 윤 총장 이하 윤석열 사단에 대한 물갈이에 나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장관을 임명하면서 기대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외견상으로는 검찰개혁 완수다. 하지만 내면적 과업은 따로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인적쇄신으로 포장된 검찰의 순치다. 핵심 타깃은 물론 권력비리 수사에 거침이 없는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돌이켜보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할 당시만 하더라도 검찰개혁이 역진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추미애 장관 임명 이후 검찰개혁은 확실하고도 분명하게 역진 중이다. 개혁의 역진을 우리는 ‘반동’이라 부른다. 반동은 주로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에 의해 저질러진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개혁을 주창해온 민주화 세력에 의해 반동이 저질러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역행한 ‘법무부 문민화’의 목표

추미애 장관. [뉴스1]

추미애 장관은 벌써 2번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이 정도면 검찰총장이라는 자리가 왜 필요할까 의문이 들 정도다. 더욱이 이것은 검찰개혁 방향과 정면 배치된다. 검찰개혁의 큰 축 가운데 하나는 ‘법무부 문민화’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 차원에서 검사들의 법무부 근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것을 ‘법무부 탈검찰화’로 부르기도 했다. 그 연장선에서 법무부 장관 역시 검사가 아니라 법무행정 전문가로 임명하는 것이 ‘법무부 문민화’의 목표다. 법무행정 전문가인 법무부 장관은 당연히 수사에 관해 잘 알지 못한다. 수사지휘권 행사를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수사지휘권 행사를 하지 말고 행정업무만 하라는 것이 그 취지다.

그런데 추 장관은 역대 법무부 장관 중 가장 많은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행사한 1건을 제외한 모든 건이 추미애 장관에 의해 행사된 것이다. 사건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7개 사건 가운데 6개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셈이다. 법무행정 전문가로 법무부 장관을 임명함으로써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한 이유는 분명하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남발하면, 정권비리 관련 수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정치적 중립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상황이다. 바로 이런 상황을 우려해서 검찰개혁 차원에서 ‘법무부 문민화’ 곧 행정가로서 법무부 장관을 추구했던 것이지만, 문재인 정부 추미애 장관 체제 하에서 이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말았다.

이것을 바로 잡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또 다시’ 검찰개혁이다. 10월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 이후 주목받는 인물이 ‘또 다시’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윤 총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권력비리 수사를 열심히 했다는 이유로 좌천당한 인물이다. 그래서 민주당과 진보진영에 의해 검찰개혁 적임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검찰총장으로 택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이 없다. 그런데 추 장관 체제에서 윤 총장은 권력비리 수사를 열심히 했다는 이유로 다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에 국민의힘과 보수세력은 그를 검찰개혁을 이룰 적임자로 지목하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한 가지, 차기 대통령으로서 이 일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는 것일 뿐이다. 그가 대통령이 되어서 검찰개혁을 이루고 문재인 정부의 권력비리를 남김없이 수사해 밝혀냄으로써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는 여망의 반영이다. 적어도 아름답게 포장하면 그렇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과거 집권 시절 어떻게 했던가를 생각하면 실제 기대하는 것은 ‘또 다시’ 보복의 피바람일지 모른단 생각이다. 이것은 보복의 무한반복 궤도로 되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국민과 국민의힘 기대의 간극


이 지점에서 일반 국민과 국민의힘이 기대하는 것에 간극이 존재한다고 본다. 필자와 같은 일반 국민이 기대하는 것은 검찰을 ‘인치’라는 주술로부터 해방시켜줄 인물로서 윤석열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인사 불이익을 보는 상황에서도 호기롭게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외쳤던 것에 연유한 기대다. 만약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권주자로 나서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는 당연히 ‘검찰개혁’을 자신의 이슈로 전면에 내세울 것이다. 사실상 검찰개악으로 귀결되고만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권력비리를 은폐하려한 ‘가짜 검찰개혁’으로 몰아세우면서, 본인이야말로 ‘진짜 검찰개혁’을 이뤄낼 적임자라고 주장할 것이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하에서 이뤄진 권력비리를 낱낱이 파헤쳐 비정상을 정상으로 되돌려놓겠다고 주장할 것이다. 앞서 역설적이라고 지적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검찰개혁은 민주화 세력의 오랜 숙원이다. 당연히 민주당의 전매특허 상품이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오히려 그 전매특허 상품을 보수 정당에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수십 년 간 내 것이었던 걸 넘겨줄 딱한 처지에 몰렸지만,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권력에 취해 눈앞의 이익만 추구하다보니 그렇게 되고 만 것 같은데, 정작 본인들은 그 이유조차 잘 인지하지 못하는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인권변호사 출신의 민주화 운동가다.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거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검찰개혁을 추진한 인물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으로서도 자신의 집권 기간에 검찰개혁을 완성시키기보다는 오히려 후퇴시키고 말았다면, 개인적으로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하지만 그 사실조차 인지를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그 또한 안타깝다. 권력이란 것은 자각증세마저 마비시키는 요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끼게 되는 나날이다.

이종훈 IMG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62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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