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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김상훈 윤정희 부부 (15) 우리집은 ‘3無 가정’… 전래놀이가 일상이 된 아이들

김상훈 목사(오른쪽) 가족이 지난달 설 연휴 당시 강원도 강릉 경포대를 찾아 수평선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열한 명 자녀들을 한 명씩 소개하다 보니 시리즈 중반이 훌쩍 넘어버렸다. 이제부터는 열한 자녀를 키우며 우리 부부가 얻게 된 작은 깨달음을 하나씩 나누고 싶다. 우리 집은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걸 하도록 하는 게 교육 방침이다.

막내 행복이가 일곱 살이 됐을 때 유치원을 다니고 싶어 하지 않아 보내지 않았다. 그저 건강하게 뛰어노는 게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한글을 배우기보다 축구를 먼저 하게 했고, 숫자를 익히기보다 자전거를 먼저 타게 했다. 그림 그리는 대신 자연을 눈으로 익히게 하려고 들로 산으로 바다로 놀러 다녔다.

우리 아이 중에는 학교 성적이 최하위권인 경우도 있다.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다. 성적표가 우편으로 오는데 이들은 너무나 당당하게 말한다. 그래도 꼴등은 아니라고. 그러면 아내는 그런다. 꼴등 아닌 것에 감사하며 축복한다고. 그런 아내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공부 성적 등수를 행복의 잣대로 여기지 않는다. 오직 말씀을 통해 지혜를 얻는 것이야말로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아이들 스스로 알아간다.

우리 집은 3무(無) 가정이다. 대학을 가기 전까지 스마트폰을 아이들 손에 쥐여주지 않는다. 아이들끼리 컴퓨터 게임을 하지 않게 한다. TV 보는 걸 자제시킨다. 세 가지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과연 지켜질까, 나 또한 염려됐다. 그렇지만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거니, 아이들과 함께 3무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세 가지를 하지 않으니 무엇보다 저녁식사를 하고 난 뒤에 할 일이 없다. 그걸 알고 아내는 사라져가는 전래놀이를 소환했다. 공기놀이를 못 하는 아이들 손에 다섯 알 공깃돌을 쥐여 주고 한 달 뒤 시합을 해서 우승자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장기 다이아몬드게임 줄넘기 딱지치기 고무줄놀이 땅따먹기 팽이치기까지 알고 있는 모든 놀이를 들고 나왔다. 한때 오목도 유행했다. 2018년에는 다니엘이 오목 왕으로 등극했는데, 지난해엔 한결이가 오목 왕이 됐다.

우리 가족도 처음부터 이렇게 산 것은 아니다. 내가 건설사 현장소장으로 일하고 아내는 주말 사역 전도사이던 시절, 우리 부부는 하은 하선 자매를 키우기 위해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월요일 발레, 화요일 레고, 수요일 뮤지컬, 목요일 색종이 접기, 금요일 아이클레이, 토요일 특강 등을 수강하러 다닌 적도 있다.

하지만 하선이의 폐 질환을 계기로 내가 신학교에 들어가 목회자의 길을 걷고 아내가 저소득층 아이들 공부방으로 사역을 함께하면서 모든 게 바뀌었다. 아이들과 매일 아침 큐티를 함께하며 말씀을 중심에 두고 양육한다. 아이들 한글을 가르칠 때도 성경 말씀으로 가르쳤다. 장난감이 따로 있지 않으니 아이들은 성경 암송을 놀이 삼아 한다. 성경 암송을 서로 하겠다고 나서는 아이들을 보며 말씀이 우리에게 주는 유익을 절감하고 있다.

정리=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