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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삶 달라져야 출산 선택”…정부, 저출산 대책 패러다임 바꾼다

4차 기본계획 시안 공청회 열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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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는 젠더 관점이 미흡했다.” 26일 열린 저출산·고령사회 4차 기본계획 시안 공청회에서 앞으로 5년간 저출산 대응 분야 정책을 발표한 김미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미래기획분과장(세종시 사회서비스원 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4차 종합계획은 앞선 기본계획에서 주되게 다뤄지지 않았던 일터·가정 등에서의 차별 해소와 성·재생산 권리 보호가 전면에 등장했다. 여성의 삶이 달라져야 출산이 ‘선택 가능한 미래’가 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한 결과다. 다만 이를 위한 정책 대안은 선언적인 방향 제시 수준에 그치거나 캠페인 위주의 사업이어서, 공청회 뒤 추가 논의를 거쳐 연내 확정될 최종안에는 구체적인 정책 대안이 보완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산율 목표 없애고 ‘워라밸’ 주목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세차례 만들어졌다. 문재인 정부 출범 뒤인 2018년 12월엔 3차 종합계획에서 한차례 수정을 거치기도 했다. 그러나 각종 대책을 쏟아내는데도 출산을 멀리하게 만드는 현실을 바꾸지는 못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9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1 밑으로 떨어졌다. 여성이 가임기간에 아이를 1명도 낳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발표된 4차 기본계획 시안은 출산율 회복 목표치를 아예 제시하지 않았다. 출산율 목표 제시는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보는 국가주의적 발상이란 비판이 있었지만, 3차 기본계획까지는 ‘2020년 1.50, 2045년 2.1 도달’과 같은 구체적 수치로 담겼다. 정부는 2018년 12월 3차 기본계획을 한차례 수정하면서 출산율 목표를 삭제한 바 있는데, 이번에도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 대신 4차 기본계획은 ‘삶의 질 향상을 통한 지속가능 사회’라는 커다란 방향이 제시됐다. 대표적으로 △육아휴직을 일하는 사람 모두의 보편적 권리로 확대 △예술인·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직) 출산 전후 급여 대상에 포함 △생애주기별 근로시간 단축과 가족돌봄휴가(휴직) 활성화 △장시간 근로 해소 및 휴식권 보장 △남성이 돌봄의 주체가 되도록 사회적 인식 확립 등이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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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 경영 공표제’ 등 고용 성평등권 보강

박선영 위원회 성평등노동권분과장(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3차 기본계획에 담기지 못한 여성의 고용 성평등권을 4차 기본계획에서는 주요 의제로 보강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3차 기본계획까지는 ‘성평등 육아', ‘성평등 교육’, ‘채용 성차별 해소’ 등이 언급될 뿐, 계획 전반에 노동시장에서의 고용 성평등이 주요 과제로 담겨 있지는 않았다. 이와 달리 이번 시안에는 기업이 경영공시를 할 때 성별 고용정보를 체계화해 공시하게 하고, 공시 기업의 성별 고용현황을 종합 공개해 기업별 상황을 보여주는 ‘성평등 경영 공표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채용 때 자녀나 혼인 정보를 수집하는 기업에 대한 신고를 활성화하고, 동종업계 대비 또는 고용형태별 채용 성비 등 통계 기준을 마련할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미곤 분과장은 “기존의 많은 연구에서 불평등이 심한 사회일수록 출산율이 낮아지는 상관관계가 나타났다”며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임금수준으로 인한 소득 불안은 혼인 시기의 지연과 출산의 연기·포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이 밖에 여성의 건강과 재생산 권리 강화를 강조하고, 비혼·동거·한부모 등 다양한 가족을 제도적으로 수용할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점도 눈에 띈다. 가령 비동의 간음죄 신설, 피임·임신중지를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하는 방안 등을 담아냈는데, 이는 여성이 일단 건강해야 미래의 출산도 가능하다는 점을 의제로 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공청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김새롬 시민건강연구소 젠더와건강연구센터장은 “기존 기본계획은 출산과 양육만 다뤘던 것에 견줘 획기적인 변화”라며 “다만 가임기 여성의 몸뿐 아니라 전체 생애주기에서 여성의 건강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방향 전환은 했는데 정책 완성도 아쉬워

제시한 정책 방향을 구체적인 과제로 채우는 데는 부족함이 있었다는 평가다. 단적인 예로 육아휴직이 성별과 근로형태에 상관없이 모두의 권리가 될 수 있게 할 구체적인 대책이 분명하지 않다. 일각에선 노사가 만든 기금으로 출산·육아휴가자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스웨덴식 부모보험 제도를 제안해왔지만, 이와 같은 새로운 제도 검토나 개선 추진 계획은 찾을 수 없었다. 시안에 담긴, 현재 1회인 육아휴직 분할 횟수 확대나 육아휴직을 적극 실시한 중소·중견 기업에 인건비·노무비 지원 등은 이미 정부나 국회에서 추진 중인 방안들이다. 이런 방안들만으로는 공고한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격차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공청회의 또 다른 토론자였던 김영미 연세대 교수(사회학)는 “기업이 출산에 대단히 적대적이고 돌봄 부담이 없는 사람만 이상적 노동자로 계속 상정하는 환경에선 저출산 문제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며 “시안에 담긴 우수기업에 지원금을 분배하고 표창하는 방식과 같은 소극적 협력을 넘어설 실효성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하얀 김미향 기자 ch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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