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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의 역설… 사막 폭설 화들짝, 북극 한파 내려와 오들오들 [글로벌 포커스]

아시아-유럽 등 이상기후… 예사롭지 않은 겨울
[1] 9일 폭설로 주요 교통이 마비된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 고글을 쓴 시민들이 스키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2] 10일 사우디아라비아 북부 타부크에 폭설이 내려 낙타의 안장 위에도 눈이 쌓였다. [3] 동해와 가까운 일본 호쿠리쿠 지방 도야마에서 시민들이 11일 가슴 높이까지 쌓인 눈 속에서 우산을 쓰고 걷고 있다. 마드리드=신화 뉴시스·피플오브사우디아라비아 페이스북 캡처·도야마=AP 뉴시스
새해 벽두부터 일본 대만 스페인 사우디아라비아 알제리 터키 폴란드 등 세계 곳곳에서 폭설과 이상저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사시사철 덥기로 유명한 아프리카 사하라사막과 사우디에도 흰 눈이 내렸다. 이에 따른 교통대란, 전력 공급 차질 등 사회 혼란도 심각하다. 지난해 지구 온도와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이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등 온난화가 이상기후를 야기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사막과 아열대서 폭설…본격화한 기후변화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14일 사우디 남서부 아시르에서 50년 만에 기온이 영하 2도까지 내려가고 눈이 내렸다. 평소에 눈을 거의 보지 못한 주민들이 밖으로 뛰쳐나와 눈을 구경했고 추위에 떠는 낙타에게 담요를 덮어줬다. 앞서 10일부터 북서부 타부크에서도 눈보라가 몰아쳐 낙타 안장 위에 흰 눈이 소복하게 내려앉은 모습이 포착됐다.

13일 알제리 사막 마을 아인세프라에서도 기온이 영하 3도까지 떨어지고 눈보라가 휘날렸다. ‘사하라 관문’으로 불리는 아인세프라는 1월 평균 기온이 12도, 7월은 약 40도에 달하는 전형적인 사막기후 지대다.

아열대기후인 대만에서도 이달 7∼9일 한파로 126명이 사망했다. 1월 평균 기온이 13∼16도일 정도로 따뜻한 데다 난방시설이라는 개념조차 없어 6∼10도의 이상저온과 폭설이 몰아치자 주민들이 저체온증 등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특히 일부 산간지방에는 50cm가 넘는 눈이 내렸다. 이에 주민 보호를 위해 급파된 일부 경찰이 신발을 뚫고 스며드는 추위를 이기기 위해 양말에 생리대를 덧대 신는 광경까지 연출했다. 지중해성 온난기후인 스페인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나타났다. 9일 수도 마드리드의 적설량이 50cm로 1971년 이후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항공, 철도, 도로 등 일대 교통이 완전 마비됐다. 상당수 시민이 대중교통 대신 스키를 타고 출근해야 했다. 앞서 7일 북서부 레온의 기상관측소에서는 기온이 역대 최저인 영하 35.8도로 측정됐다. NHK에 따르면 동해에 인접한 일본 호쿠리쿠 지방에서는 이달 7∼10일 폭설로 8명이 숨지고 277명이 다쳤다. 니가타현 조에쓰에서는 7∼10일 3일간 적설량이 무려 187cm에 이르렀고 최소 10개 관측 지점에서 사상 최대 적설량을 기록했다.

중국에서도 7일 수도 베이징의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9.3도로 196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평균 기온이 32도인 말레이시아에서도 이달 초 주요 지역 기온이 21∼23도를 오가자 주민 불안이 커졌다.

18일 폴란드에서는 기온이 영하 28도까지 떨어졌다. 혹한 속 난방이 늘자 스모그가 급증해 수도 바르샤바시 당국은 시민들에게 “실내에 머무르라”고 권고했다. 터키 이스탄불 역시 폭설로 도로 운행이 중단됐고 동유럽 세르비아와 알바니아에서도 전력 공급 이상, 수도관 동파 등이 발생했다.

○ 온난화 역설이 폭설 야기

기상전문가들은 이상한파와 폭설의 배경으로 온난화의 역설을 꼽는다. 온난화로 그간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하는 것을 막아주던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당초 북극에만 머물렀던 찬 공기가 대만 스페인 같은 중위도 지방까지 내려왔다는 의미다.

이는 지난해 지구가 사상 최고로 뜨거웠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세계기상기구(WMO)는 14일 보고서에서 지난해 지구 평균기온이 14.9도라고 밝혔다. 1850년 관측을 시작한 후 가장 더운 해로 꼽혔던 2019년(14.9도)과 같은 수치다.

BBC 등에 따르면 지난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 역시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에 도달했다. 지난해 5월 기준 이산화탄소는 417ppm을 기록했다. 이 수치가 400ppm을 초과한 시점은 지구 온도가 현재보다 2∼4도 높고 해수면이 지금보다 10∼25m 높았던 무려 400만 년 전 플라이오세 시대였다. 온난화로 북극의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그 안에 갇혀 있던 메탄과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가 다시 대기 중으로 배출돼 온난화를 더욱 부추기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지난해 지구를 냉각시키는 효과가 있는 ‘라니냐’(서태평양의 해수 온도가 상승하고 그 대신 동태평양 수온이 낮아지는 현상)가 발생했음에도 온난화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특히 북극에서 가장 눈에 띄게 온도가 올라갔다”고 우려했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지난해 12월 “우리가 사는 행성은 부서졌다. 인류가 자연과의 ‘자살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현 추세가 바뀌지 않으면 21세기에 3도 이상의 기온 상승 재앙을 맞을 수 있다”며 각국 정상에게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하라고 촉구했다.

○ 바이든 등장이 전환점 마련할까

세계 각국이 경제 악영향 등을 우려해 아직까지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환경을 중시하는 조 바이든 신임 미국 행정부의 출범이 국제 기후변화 대응에 전환점을 마련해줄지 관심이 쏠린다.

“기후변화가 사기”라고 주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줄곧 “기후변화는 현존하는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20일 취임 첫날 전임자가 탈퇴한 파리기후협약 재가입을 신청하고 ‘키스톤XL’ 송유관 건설사업을 취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키스톤XL은 캐나다 서부 앨버타에서 미 몬태나, 네브래스카, 오클라호마 등을 거쳐 남부 텍사스까지 약 3500km의 송유관을 건설하는 90억 달러(약 9조9000억 원)의 초대형 사업이다. 캐나다 에너지기업 트랜스캐나다가 2005년 제안해 2008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허가했다. 총 4단계로 진행되며 현재 텍사스 일부 지역에도 송유관이 건설되는 등 3단계 작업이 끝났다. 사업 기간 내내 환경오염 우려 등으로 여러 소송에 휘말렸고 미 정치권 공방도 끊이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환경보호를 이유로 2015년 4단계 착공을 불허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년 취임 직후 허가를 내줬고,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첫날 다시 취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청정에너지, 전기차, 각종 환경 인프라 등에 2조 달러(약 2200조 원)를 투자해 일자리 100만 개를 창출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은 다른 나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각국 기후변화 대응 성적을 지표화한 2020년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 58개국 중 50위를 기록한 한국 역시 직간접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그간 국제사회에서 탄소배출 관련 대책이 미흡한 나라로 꼽혔다.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미국이 녹색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은 제품에 대해 관세를 많이 부과하겠다고 하면 한국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승직 숙명여대 기후환경융합학과 교수는 “친환경 배터리 등 관련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한국에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각국 환경단체의 압박 또한 거세지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14일 프랑스 법원은 그린피스, 옥스팜 등 4개 비정부기구(NGO) 단체가 제기한 대정부 소송의 심리에 돌입했다. 이들 단체는 2018년 12월 프랑스의 안일한 환경 대책을 비판하는 온라인 청원을 시작해 230만 명의 서명을 받았다. 2019년 3월 상징적인 차원에서 1유로(약 13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고 이번에 심리가 시작됐다.

정부는 “203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을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담은 법을 2019년 제정했다”며 적절히 대응했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탄소배출 환경단체가 2만5000건의 증거 자료를 수집하고 100여 명의 피해 증언을 확보한 만큼 법정 공방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조유라 jyr0101@donga.com·신아형·이은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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