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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현수막으로 만든 에코백…어떠신가요? [에코노트]

제8회 지방선거에 쓰인 현수막이 서울 은평구의 한 집하장에 모인 모습. 연합뉴스, 게티이미지

6.1 지방선거가 끝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거리에는 여전히 ‘고맙습니다’ ‘부족했습니다’ 같은 문구가 쓰인 현수막이 가득합니다. 선거운동 기간에 내걸린 현수막만 해도 양이 어마어마한데, 선거 뒤에도 새로운 현수막이 계속 생겨나는 걸 보니 마음이 영 불편합니다.

정부나 지자체는 이런 선거 현수막을 모아 에코백이나 장바구니, 마대자루 등을 만든다고 홍보합니다. 재활용 사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환경도 지키겠다는 거죠. 그런데 정말 그것으로 충분할까요? 환경을 보호하는 길이 정말 ‘폐현수막 에코백’밖에 없는 걸까요?

지방선거 현수막, 서울부터 도쿄까지 길이

제8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길거리에 내걸린 선거운동 현수막들. 국민일보DB

“이번 지방선거에 쓰인 선거운동용 현수막은 총 12만8000여매이며 10m 길이의 현수막을 한 줄로 이으면 1281㎞입니다. 서울에서 도쿄까지 갈 수 있는 거리입니다. 현수막을 모두 펼쳐놓으면 그 면적은 서울 월드컵경기장의 21배에 달하며, 무게 또한 192t에 달합니다.”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숫자로 보는 제8회 동시지방선거’ 내용입니다.

합성섬유인 현수막은 소각할 때 온실가스는 물론 다이옥신 같은 유해물질까지 배출합니다. 선관위의 자료를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6.1 지방선거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을 잇는 길이의 플라스틱 천 쓰레기가 나온 셈입니다.

선관위는 후보자의 재산, 병역 등 정보가 적힌 선거공보를 한 줄로 이으면 ‘지구를 세 바퀴 돌 수 있는 거리’라고도 소개했습니다. 투표용지·선거공보·벽보에 사용된 나무가 21만여 그루인데, 이 나무들로 숲을 조성하면 ‘독도(5만6000평)의 4배 크기’라고 합니다. 13일간의 선거운동을 위해 독도 4배 크기의 숲을 태웠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아찔해집니다.

에코백·마대자루 재활용하지만… 한계는 뚜렷

폐현수막으로 만든 에코백. 서울시 제공

‘선거 쓰레기’ 이슈는 선거철마다 반복됩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는 해결책은 늘 비슷합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월 대통령 선거 직후 폐현수막 재활용 사업을 신청한 22개 지자체를 지원하기로 했는데, 절반이 넘는 12건이 ‘에코백, 모래주머니 등 생활용품 제작’ 사업이었습니다.

수거된 현수막이 100% 재활용 되는 것도 아닙니다. 서울시가 대선 이후 폐현수막 처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 재활용 된 현수막 비율은 10%에도 못 미쳤습니다.

선거 현수막은 후보자의 얼굴이나 이름 등이 커다랗게 들어가 있어서 생활용품으로 재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재활용 품질을 높이려면 세척·건조 과정이 필요한데 이런 공정을 추가하면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게다가 에코백·장바구니는 이미 시중에 다양한 제품이 나와 있고, 사은품으로 나눠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난 [에코노트]에서 다뤘듯이 쓰지 않는 에코백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면 더이상 ‘친환경 가방’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마대자루나 모래주머니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수막을 그냥 버리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재활용 제품을 반복해서 쓰지 않는다면 결국 쓰레기가 늘어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에코백 000번 사용해야 비닐봉투보다 낫다? 기사 보러 가기 :


news.kmib.co.kr/article/view.asp?sid1=all&arcid=0016392247&code=61171811

제작·철거·재활용 모두 세금… 처음부터 ‘덜’ 만들자

지난 2일 서울 은평구청 직원들이 제8회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의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보자가 선거구 안에 게시할 수 있는 현수막 수량은 2018년에 2배로 확대됐습니다. 2005년에는 선거 후보자 사무실 현수막 크기·재질 규제가 사라졌고, 2010년에는 사무실 현수막 수량 제한이 삭제됐습니다.

우리나라는 공직 선거에 출마해 득표율을 10% 이상 얻으면 선거비용의 절반을 보전받습니다. 득표율이 15% 이상이면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죠. 또 정당은 이와 별개로 의석 수에 따라 선거보조금을 지원받습니다. 후보자가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선거 현수막이나 홍보 자료에도 세금이 쓰인다는 얘기입니다.

선거가 끝나고 남은 현수막은 각 정당이나 후보자가 아니라 지자체가 수거합니다. 방치된 현수막으로 민원이 들어오거나 시민들이 불편을 겪을까봐 지자체가 나서서 철거하는 겁니다. 이렇게 모인 현수막은 소각하거나 재활용하는데, 여기에도 당연히 세금이 들어갑니다.

환경단체들은 더이상 ‘쓰레기만 남는 선거’에 세금이 쓰이면 안 된다며 선거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현수막 수량·크기 등을 규제하고, 나아가 사용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입니다. 뜯지도 않고 버려지는 종이 공보물을 줄이기 위해 ‘디지털 선거운동’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옵니다.

사실 선거 쓰레기 문제는 요즘 같은 때 ‘반짝’ 주목받고 잊혀지기 일쑤입니다. 그러니 꾸준히 관심을 갖고, 반복해서 요구해야 조금이라도 변할 수 있겠죠. 다음 선거는 2024년에 예정된 제22대 총선입니다. 2년 뒤에는 이번 선거에서 현수막 쓰레기가 얼마나 줄었는지, 불필요한 공보물은 얼마나 적어졌는지,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자원을 아꼈는지 소개하는 기사를 쓰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환경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해야 하죠?’ 매일 들어도 헷갈리는 환경 이슈, 지구를 지키는 착한 소비 노하우를 [에코노트]에서 풀어드립니다. 환경과 관련된 생활 속 궁금증,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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