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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유혈사태 확산…최루탄 맞은 15세 소년 ‘중태’

홍콩 금융지구에 집결한 시위대.AP연합뉴스

홍콩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시위대와 경찰, 친중파 주민의 충돌이 격화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15세 소년이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중태에 빠졌고, 70대 노인이 시위대가 던진 벽돌에 맞아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 준 전시 상태가 이어지자 홍콩의 초·중·고교는 주말까지 휴교령을 내렸고 각국의 유학생들은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

홍콩 시위대가 14일에도 대중교통 운행 방해에 나서는 바람에 곳곳에서 지하철 운행이 차질을 빚는 등 ‘교통대란’이 벌어졌고, 대학가에서는 학생들과 경찰의 격렬한 충돌이 이어졌다.

시위대는 사틴에 있는 대학역에 폐타이어 등을 쌓아놓은 채 불을 지르고 사무실과 화장실, 철로까지 파손했다. 지하철 역에 정차된 전동차에는 스프레이로 낙서를 휘갈기고 전동차 안에도 불을 질렀다.

센트럴에는 점심시간에 식사를 하러나온 직장인 수천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으며 곳곳에서 시위대와 친중파 시민들간에 몸싸움도 벌어졌다.

성수이 지역에서는 전날 낮 12시쯤 시위대가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벽돌에 머리를 맞은 70대 노인이 중태에 빠졌다. 이 노인은 주민들과 함께 성수이역 인근에 널려진 벽돌을 치우기 위해 길거리에 나왔다가 시위대와 언쟁 끝에 봉변을 당했다.


시위대가 던진 벽돌에 맞아 쓰러진 70대 노인.SCMP캡처

주민들이 과격시위를 하지 말라고 하자 시위대가 벽돌을 던지면서 주민들과 싸움이 벌어졌고 이 과정에서 노인이 머리에 맞았다.

같은 날 밤 틴수이와이 지역에서는 시위 현장에 있던 15세 소년이 최루탄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소년은 긴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돼 4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위중한 상태이다.

콰이청 지역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30세 남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은 그가 빌딩에서 떨어져 숨졌으며 의심이 가는 점은 없다고 밝혔지만 아직 사망 과정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홍콩 의료당국은 전날 시위 현장에서 58명이 다쳤으며 최연소자는 1살, 최고령자는 81살이라고 밝혔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전날 밤 10시 주요 각료들과 함께 긴급 대책 회의를 개최했다. 한 소식통은 이 회의에서 오는 24일 구의원 선거 연기 방안이나 ‘긴급법’을 확대 적용해 계엄령을 발동하는 방안이 논의됐을 수 있다고 전했다.

매튜 청 정무부총리는 이날 입법회에서 “다음 한 주가 24일 선거 연기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교육 당국은 시위 사태가 격화됨에 따라 학생들의 안전이 우려되자 공지를 통해 홍콩 내 모든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특수학교에 15일부터 17일까지 휴교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교통 방해 시위를 하고 있는 홍콩 시위대.AP연합뉴스

대학 교정에서 학생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격해지자 홍콩대, 홍콩과기대, 중문대, 시립대, 침례대, 영남대 등 홍콩 내 주요 대학은 수업을 전면 중단했다.

홍콩 중문대는 이번 학기 조기 종강을 선언했으며, 과기대와 침례대도 교내 수업을 모두 중단하고 온라인 강의로 전환했다.

홍콩에 있는 1600여 명의 우리나라 유학생들도 귀국길을 서두르고 있다.

주 홍콩 한국 총영사관은 전날 차량을 동원해 홍콩 중문대학 기숙사에서 40명가량의 한인 유학생들이 탈출하도록 도왔다. 당시 중문대는 지하철·버스 등 대학교 주변의 대중교통이 모두 끊기고, 경찰이 주변을 철통같이 지키고 있던 상황이었다.

중문대에서 빠져나온 30명 가량은 곧바로 공항으로 가 귀국길에 올랐고, 그 전에도 50명 가량의 중문대 유학생이 한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내 중국 본토 출신 학생이나 다른 외국 유학생들의 탈 홍콩도 이어지고 있다.

홍콩 경찰은 해양 경찰 선박까지 동원해 전날 중문대에 있던 80여 명의 중국 본토 출신 학생들을 대피시켰다. 홍콩 과기대도 본토 학생들이 침사추이에서 중국 선전행 버스를 탈 수 있도록 대학 교정과 침사추이간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대만 정부도 중화항공 항공기를 동원해 전날 밤 126명의 대만 유학생들을 홍콩에서 탈출시켰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다른 나라 학생들도 귀국길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홍콩 내 8개 주요 대학에는 1만8000여 명의 각국 유학생들이 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