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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대권주자에서 성범죄자로… 쿠오모의 추락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가 코로나19 사망자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에 이어 연속적인 성추문에 휘말리며 검찰 수사를 받게 되는 등 정치 인생 최대 위기를 맞았다. 2일(현지시간)까지 전직 보좌관과 비서 등 3명의 여성이 그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대응으로 호평을 받으며 미국 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코로나 영웅’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추락하고 있다. 코로나19 사망자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으로 휘청거리던 그는 전직 보좌관 등의 ‘미투’ 폭로가 이어지면서 성추행을 일삼은 괴물로 비치고 있다. 사퇴 여론이 커지면서 민주당마저도 그를 밀어내는 분위기다.

요양병원 사망자 통계 조작


쿠오모 뉴욕주지사의 추락은 그가 뉴욕 요양시설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대폭 축소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지난 1월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쿠오모 주지사가 발표한 요양시설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실제 통계와 불일치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검찰은 쿠오모 주지사가 요양시설에서 병원으로 옮겨진 다음 사망한 인원은 통계에서 배제하고 시설 내에서 사망한 사례만 선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1만5000명에 달하는 요양시설 사망자를 8500명으로 반토막 냈다는 것이다.

검찰수사와 여론의 압박이 이어지자 쿠오모 주지사는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을 일부 인정하며 유감을 표했다. 다만 정확한 요양병원 사망자 수를 ‘신속히’ 알리지 않았을 뿐 의도적으로 숨긴 것은 아니라는 모호한 해명을 내놨다.

변명에 가까운 기자회견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지난달 23일부터 25일까지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센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1%는 쿠오모의 행동이 고의적인 정보 은폐에 해당한다며 해당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쿠오모에 대한 호감도를 묻는 항목에서는 ‘호감’ 응답이 31%에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매일 브리핑에 나서고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방역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인기를 모았던 3선 주지사의 날개가 꺾인 것이다.

전직 보좌관의 첫 번째 미투


쿠오모 주지사에 대한 미투 폭로도 이어졌다. 그의 보좌관으로 일했던 린지 보일런(37)은 지난달 24일 트위터를 통해 “쿠오모 주지사가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 성희롱과 성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보일런 전 보좌관은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피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쿠오모가 “나는 여성들이 당당하게 나서서 의견을 말하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믿으며 이런 권리를 위해 싸워온 사람”이라며 의혹을 부인하자 구체적인 피해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쿠오모는 결국 사과를 해야 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성명을 통해 “가끔은 직원들의 개인적인 삶과 관련된 농담을 던지고는 했다”면서도 “결코 (성관계를) 제의하거나 억지로 접촉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어 “내 행동 중 일부가 피해자들에게 잘못 해석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그렇게 느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했다.

前비서·일반인도 미투 가세


하지만 쿠오모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가 계속 나오면서 자리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일 전직 비서인 샬럿 베넷(25)이 “쿠오모 주지사가 나이 든 남자와 성관계를 한 적이 있는지 묻는 등 성희롱을 했다”고 폭로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쿠오모는 집무실에서 베넷과 둘이 있을 때 “팬데믹 기간 동안 누구도 품에 안지 못해 외로웠다”면서 “최근에 누군가를 안아본 적이 있는가” “연애 관계에 있어 나이 차이가 벽이 되느냐” 등 사적인 질문을 이어갔다. 특히 쿠오모는 “나이가 많은 남자와 성관계를 해본 적이 있느냐”고 묻고 “나는 (상대 나이가) 22세 이상이라면 누구든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넷은 “쿠오모의 말이 나와 잠자리를 갖고 싶다는 뜻으로 이해돼 끔찍하게 불편하고 무서웠다”면서 “당시에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벗어날지에 대한 고민과 내 커리어가 이렇게 끝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고 회상했다.

2일에는 안나 루크(33)라는 일반인 여성이 쿠오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NYT 보도에 따르면 쿠오모는 2019년 9월 뉴욕에서 열린 한 결혼식에서 루크를 만나 대화하던 중 그녀의 허리에 손을 올렸다. 루크는 즉각 손을 뿌리쳤지만 쿠오모는 “너무 공격적이다”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그녀의 뺨에 두 손을 대며 키스를 해도 되느냐고 물었다.

루크는 “나는 고개를 돌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면서 “당시에는 충격과 부끄러움 때문에 그에게서 뒷걸음질만 쳤다”고 말했다. 그녀는 당시 상황을 입증하기 위해 사진과 증인 등을 NYT에 제시하기도 했다.

민주당서도 “물러날 시간”


연이은 추문에 민주당에서도 쿠오모에 대한 사퇴 여론이 커지고 있다. 알랙샌드라 비아기 뉴욕주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쿠오모 주지사, 당신은 괴물이다”라며 “이제는 물러날 시간”이라고 적었다.

백악관 역시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CNN 인터뷰에서 “여성으로서 쿠오모의 만행 관련 기사를 읽기 힘들었다”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도 독립 조사를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주 검찰은 쿠오모 지사의 성추행 의혹 등에 대해 한국의 특검에 해당하는 독립적인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쿠오모는 당초 자신과 친분이 있는 변호사를 고용해 수사를 맡기려 했지만 검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인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 역시 “2개의 독립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그의 성희롱 의혹과 코로나19 사망자 축소 논란을 따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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