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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문화침략’ 가속… 온라인 혐중 갈수록 거세진다


온라인 공간에서 최근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혐중(嫌中) 여론이 거세다.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이어 ‘지옥’까지 중국에서 불법 콘텐츠로 유통되면서 반중 정서에 다시 기름을 부은 모양새다. 중국의 역사 동북공정이 부쩍 게임과 각종 문화산업 침투로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경계 의식이 댓글 등 온라인 여론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최근 중국 동영상 플랫폼, SNS에는 ‘지옥’ 관람기가 한창이다. 지난 3일 정오 기준 중국의 대표적인 SNS 웨이보에서 해시태그 ‘지옥공사(#地獄公使#)’의 누적 조회수는 2억회에 달했다. 6부작을 35부작으로 풀어낸 동영상을 보면 중국어 자막이 달려 있다. 중국 영상 리뷰 사이트인 더우반은 ‘지옥’에 버젓이 별점 7.0을 부여했다.

온라인에선 비판이 거세다. 중국이 북한, 시리아와 함께 전 세계에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국가 중 하나인 만큼 ‘어둠의 경로’를 통해 지옥을 시청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와 중국 당국은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국가 위치를 변경하는 우회접속도 금지해 단속 중이다. 특히 중국은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이후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시행, 한국 콘텐츠 시청을 막아왔다.

실제로 각종 수치를 통해 중국의 불법 문화콘텐츠 유통이 드러난다. 한국저작권보호원에서 발간한 ‘2021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사무소(중국·태국·필리핀·베트남)를 기준으로 최근 3년간 전체 한류 콘텐츠 불법유통 건수는 중국이 26만2346건 중 32.4%에 달하는 8만5135건으로 가장 많았다. 또 불법복제물의 94.8%가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콘텐츠뿐 아니라 국내 기업의 상표도용 사례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발생한 국내 기업 상표도용 사례는 2017년 977건에서 지난해 3457건까지 늘어났다. 피해를 입은 국내 기업도 2017년 574곳에서 2018년 840곳, 2019년 787곳까지 들쭉날쭉하다 지난해 2753곳까지 급증했다.

이 같은 한국 콘텐츠와 상표의 ‘불법 유통 현상’이 중국을 향한 혐오적·적대적 발언 수위를 끌어올렸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의 고유문화나 콘텐츠를 침략하려는 중국에 맞서 일종의 보호 기제가 분노로 표출됐다는 것이다. 중국 내에서 콘텐츠와 관련된 게임, 굿즈, 의상 등을 자체 제작해 유통하는 움직임도 포착되며 ‘문화 동북공정’ 시도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 등 한국 콘텐츠를 베껴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서 비롯된 대중의 감정이 쌓이고 쌓이다 ‘지옥’ 불법 유통을 계기로 폭발한 것”이라며 “2000년대 초반부터 계속됐던 중국의 동북공정이 지난해 김치부터 시작해 한복, 아리랑, 최근의 ‘지옥’까지 ‘문화공정’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도 “중국에 대한 차별적인 의식이 기존에도 있었는데, 계속된 문화도발로 증오·혐오의 감정으로 격화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 학계에서는 중국의 ‘문화침투’ 주장이 상당 부분 왜곡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어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가 중국이 문화공정, 문화침투 작업을 한다고 오해하고 있는데 실제 그렇지 않다”며 “반중·혐중 정서는 홍콩 시위 (강경 진압) 등 반인권적 국가폭력, 오랫동안 지속해 왔던 반공·냉전 정서, 중국 국력이 커지면서 인접 국가로서 느끼는 두려움 등 복합적 요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과대 해석돼 엇나간 ‘문화침투설’이 중국을 향한 혐오를 정당화하는 이유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하 교수는 “온라인 특성상 과장되는 측면이 있는데, 반중 정서가 일종의 유희로 변질돼 젊은 세대가 혐오를 즐기고 있다.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서승 우석대 동아시아평화연구소장은 “문화는 원래 상호침투적인 개념이다. 예컨대 ‘김치 동북공정’에 대한 분노가 많은데, 김치가 한국이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하기에는 역사적으로 변형이 너무 많이 됐다”며 “중국 동북지방에도 한국의 백김치로 볼 수 있는 ‘쏸차이’(酸菜·발효시킨 채소)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오징어 게임’이나 ‘지옥’ 등 한국 콘텐츠들이 중국어 자막으로 유통되거나 웨이보에서 성행하는 현상을 불법 이용의 증거로 단정 짓기는 지나치다는 시각도 있다. 대만이나 홍콩 등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는 중국어 문화권이 있는 데다 웨이보 역시 공개된 SNS이기 때문이다.

문화침투에 대한 전문가 평가는 엇갈렸지만 온라인의 혐중 발언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데에는 의견이 일치했다. 최근 ‘중국인 발작버튼 눌러보았습니다’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이 조회수 164만회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것이 온라인 혐오의 대표적 사례다.

하 평론가는 “중국의 문화침탈에 대응하는 것과 별개로 그 나라를 향한 혐오와 증오는 정당화될 수 없다”며 보다 합리적이고 차분한 대응을 주문했다. 서 소장도 “일본 극우 세력 사이에서나 보일 법한 혐중 정서가 국내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비합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반론하더라도 중국이 문화적·역사적으로 비슷한 길을 걸어온 인접 국가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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