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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가 묻는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25일 개봉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메가박스중앙 제공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메가박스중앙 제공

지난 7월 일본 개봉 뒤 ‘미야자키 하야오 최고의 걸작’ ‘난해하고 지루하다.’라는 양극단의 반응이 나온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25일 국내 개봉했다. 새의 얼굴이 그려진 포스터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자전적 스토리라는 정보 외에는 모든 게 베일에 가려지자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면서 개봉 전 26만장의 높은 예매율로 이어졌다. 뚜껑이 열린 25일, 극장을 찾은 25만5000여 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한국 관객 반응도 일본 관객들과 비슷하게 엇갈리고 있다. 영화에 대한 호오를 갈리게 한 결정적인 허들은 감독의 ‘자전적 스토리’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주요 전작들과 다르게 어둡고 모호한 분위기로 가득하다. 위험하고 갈등으로 가득 찬 세계에서도 어떻게든 용기를 내고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그간의 주인공 소년들과 달리 마히토는 소심하고 때로 비열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물론 어디에도 보여줄 수 없는 추한 감정과 또 갈등도 있는(미야자키 하야오)” 영화 아닌 현실의 소년, 즉 감독 자신이 겪었던 소년 시절을 솔직하게 담았기 때문이다. 영화의 제목으로 가져온 동명의 소설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어린 시절 엄마에게 선물 받았다는 책으로 영화에서도 세상 떠난 엄마가 마히토에게 남긴 책으로 등장한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메가박스중앙 제공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메가박스중앙 제공

영화는 2차대전 당시 도쿄를 뒤덮은 공습의 불길로 시작된다. 이로 인해 병원에 있던 엄마를 잃은 마히토는 아버지의 군수공장이 있는 시골로 내려간다. 이러한 시공간적 배경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어린 시절과 겹친다. 그의 아버지는 큰아버지가 운영하는 군수공장에서 공장장으로 일했고 어린 미야자키도 공습을 피해 시골에서 피난 생활을 했다. 이런 환경 덕에 전쟁 시에도 윤택한 삶을 누렸다. 전쟁으로 큰돈을 벌고 부를 과시하기도 하는 마히토의 아버지 역시 현실적인 인물이지만 한국 관객들은 아버지를 위해 모험에 나서는 마히토를 보는 내내 목에 작은 가시가 걸린 듯한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역사를 총망라하면서 그가 구현하고자 했던 상상의 나래를 끝까지 펼쳐낸다는 점에서 충분히 극장 관람의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특히 회화적인 유려함이 압도하는 시각적 쾌감은 지독한 완벽주의자인 미야자키 감독이 스튜디오 지브리 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쏟아부으며 7년 넘게 매달린 결과에 충분히 값한다. 엄마를 잃고 시골에 온 11살 마히토는 아버지와 재혼을 앞둔 나츠코가 엄마와 닮아서 더 혼란스럽고 외롭다. 학교생활에도 적응 못 하고 힘들어하는 마히토에게 푸른 날개를 가진 왜가리가 계속 찾아오며 엄마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말한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나츠코를 찾기 위해 출입이 금지된 오래된 탑으로 들어간 마히토는 기괴한 중년 남자의 얼굴을 한 왜가리와 함께 현재와 과거, 삶과 죽음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메가박스중앙 제공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메가박스중앙 제공

마히토가 들어간 ‘이세계’(현실과 다른 세계)는 현실보다 더 혼란스럽다. 펠리컨들에게 쫓겨 들어간 문에는 ‘나를 배운 자는 죽는다’고 적혀있고, 산 자와 죽은 자들이 공존하는 세계를 지나 사람으로 태어나기 전의 ‘와라와라’들을 만난 다음에는 앵무새들이 무장한 또 다른 세계에 도달한다. 모험은 개연성이 끊어진 꿈처럼 이어지는 탓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비견된다. 앵무새 세계에서 만난 큰할아버지와의 대화에는 영화의 주제의식이 담겨있다. 하지만 이 역시 반전이나 생태주의 등 전작들이 보여줬던 메시지와 비교하면 선명하지 않다. 오히려 영화는 팔순을 넘긴 미야자키 하야오가 고통과 갈등으로 가득 찬 현실, 그리고 혼란스러웠던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후대에게 건네는 질문에 가깝다. 기무라 타쿠야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이후 19년 만에 지브리의 목소리로 합류했고, 요즘 대세 스다 마사키가 왜가리의 독특하면서 유머러스한 목소리를 연기했다. ‘범죄도시4’ ‘오펜하이머’ ‘밀수’를 잇는 개봉일 흥행 4위의 좋은 스타트를 끊긴 했으나 ‘스즈메의 문단속’이나 ‘더 퍼스트 슬램덩크’처럼 올해 약진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흥행 기세를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