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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택배기사 '주거침입' 사건, A부터 Z까지

"나가! 나가라고!" VS "까칠하네"

 
4월 18일 오후 4시쯤 한 학원에서 고성이 들렸습니다. 학원 안에 있던 여성 원장이 "나가! 나가라고!" 소리쳤습니다. 택배기사가 열려있는 현관문 경계선을 지나 두세 발자국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택배기사도 한참 어려 보이는 선생님이 반말로 소리치자 기분이 나빠 "까칠하네"로 응수했습니다. 이들은 이렇게 잠깐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택배기사는 일단 물품을 건네고 학원을 빠져나오면서 해프닝으로 끝날 뻔 했습니다.
[취재파일] 택배기사 '주거침입' 사건, A부터 Z까지 / 사진1

학원 선생님, 경찰·택배회사에 신고

 
학원 선생님은 이후 경찰서에 택배기사를 신고했습니다. 주거침입을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신고 뒤 택배기사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주거침입으로 신고를 했으니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습니다. 학원 선생님은 또 택배기사가 소속된 택배 회사 본사를 전화를 해 민원을 접수했습니다.

택배기사는 이 사건으로 5월 28일 강동경찰서에서 주거침입 혐의로 조사받았습니다. 그리고 학원 선생님이 택배기사로부터 협박을 당했다고 신고한 내용이 포함돼 이 부분 또한 조사를 받았습니다. 택배기사는 또 택배회사에서 고객 불만 접수를 담당하는 과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담당 과장에게는 사건의 전말을 설명했고, 아직 별다른 조치를 받은 것 없다고 합니다.

[취재파일] 택배기사 '주거침입' 사건, A부터 Z까지 / 사진2
  

누가 더 나빴을까?

 
학원 선생님은 택배기사의 통화 당시 협박을 당하는 기분이었다고 취재기자에게 주장했습니다. 학원 선생님과 택배기사가 통화를 한 건 딱 한 번입니다. 사건 당일 학원 선생님이 택배기사에게 경찰에 신고했다며 통화한 내용입니다.

6월 6일, 8뉴스 보도 당시에는 2분 20초 통화 가운데 일부분만 공개됐습니다. 보도 이후 사건 전말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댓글을 보고 확인했습니다. 2분 20초 녹음 전부를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취재파일] 택배기사 '주거침입' 사건, A부터 Z까지 / 사진3

통화 과정에서 택배기사가 잘못한 점은 하나 있습니다. 처음에 전화를 걸어온 선생님과 통화하기가 싫어서 신분을 속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통화 앞부분에 잠깐 택배기사 소속을 다르게 말하다가, 바로 뒤 조금 전 배송한 택배기사라고 번복했습니다.

사건 당일 택배기사는 동료 택배기사가 집안 사정이 생겨 배송을 못 하자 그날만 대신 물품을 배송해줬다고 합니다. 그래서 대리로 물품을 배송해줬다는 말이 나옵니다.


 

2분 20초 통화 녹취 전문

 
택배기사) 여보세요.

선생님) 방금 전에 택배 배송한 사람인가요

택배기사) 아닌데요.

선생님) 최00 씨 아닌가요

택배기사) 네. 아니 근데 무슨 일로 전화했습니까?

선생님) 네?

택배기사) 무슨 일로 전화하셨어요.

선생님) 택배 아닌가요, 이거?

택배기사) 저는 ***요. 아니 왜 그러시는데요.

선생님) 00 택배 맞나요?

택배기사) 아니요. 저는 00택배 하는 사람인데요.

선생님) 00택배 혹시 여기 00000 방금 전에 오신 분 아니신가요?

택배기사) 근데 왜 전화하셨죠. 내가 대신 갖다 줬는데요?

선생님) 지금 경찰서에 신고를 했거든요, 제가.

택배기사) 그래서 친절하게 저한테 안내하는 거예요?

선생님) 예 지금 친절하게 안내하는 거고, 경찰서 접수했으니까 이거 지금 대리로 지금 보내셨다고요?

택배기사) 예?

선생님) 지금 대리로 보내셨다고

택배기사) 저한테 얘기, 저는 댁하고 얘기하고 싶지가 않은데

선생님) '부재 시 문 앞에 놓고 가주세요' 라고 택배 문 앞에 써 있어요? 안 써있었어요?

택배기사) 부재 시, 부재였어요? 아니에요?

선생님) '택배 문 앞에 놓아주세요' 라고 거기에다가 써놨거든요?

택배기사) 여보세요. 댁이 이상해요. 저는 수천 명 상대하는데 댁은 정상이 아닌 것 같은데

선생님) 여기 CCTV에 찍혔어요. 경찰서에 신고했으니까 당신 잘리거나 아니면은 사과하시거나 둘 중에 하나를 하셔야 될 것 같아요.

택배기사) 뭐 기분 나쁜 일이 있으세요?

선생님) '부재 시 문 앞에 놓고 가주세요'라고 여기 택배에 써있었어요? 안 써있었어요?

택배기사) 여보세요.

선생님) 신발을 신고 남의 건물 안에 들어

택배기사) 부재였어요, 아니었어요?

선생님) 아니 이 사람 내가 말을 하는데 말을 끊고

택배기사) 이보세요. 댁은 아버지한테도 이 사람 저 사람 그러나요?

선생님) 아니 나 지금 남편 얘기를 하려다가 내가 얘기를 한거거든 내가

택배기사) 오늘 뭐 안 좋은 일 있었죠? 기분 푸세요. 그런 거 가지고 경찰서 공권력 낭비하는 거 아니거든요.

선생님) 녹화 다 되고, 녹음 다 되고 있거든요.

택배기사) 그래요 녹음되겠죠.

선생님) 말로 해서 안될 사람이네.

택배기사) 근데 뭐가 안 될 사람이에요. 안 될 사람은. 택배 이용하면 수고했다는 말은 못 하고 부재중이었어요?

선생님) 당신 성함이 뭐야?

택배기사) 어디서 반말입니까? 아버지한테도 그렇게 반말하세요? 난 댁보다 더 큰 자식들이 있는데.

선생님) 이것 보세요. 당신 말할 필요가 없겠구나

택배기사) 그러니까 나한테 왜 전화해요? 오늘 화나는 일이 있었지요?

선생님) 경찰서에 신고넣었으니까, 그니까 당신이 알아서 해

택배기사) 화나는 일이 있었나 봐요? (통화종료)


 

양측 공통 진술

 
택배기사와 선생님 사이 주거침입 논란 과정에서 공통된 진술도 있습니다. 일단 양측 다 인정하는 부분들에 대해 나열해보겠습니다.
[취재파일] 택배기사 '주거침입' 사건, A부터 Z까지 / 사진4

** 재연한 삽화입니다. 실제 학원과 다릅니다. **


① 열린 현관문

일단 현관문이 열려있었다는 점에 양측 다 동의합니다. 택배기사는 문이 어느 정도 열려있었던 것이냐는 질문에 반 정도 열려있었다고 말합니다. 누가 봐도 개방돼 있는 상태였고, 닫혀있다고 인식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선생님도 문이 닫혀 있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습니다.

② 신발 신고 입장

택배기사는 물품을 건네주러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당시 신발을 신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신발을 신고 들어온 것에 불쾌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통화 내용에도 이 부분은 드러나 있습니다. 택배기사는 학원이라고 쓰여 있는 만큼 신발을 벗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③ 현관문 지나 몇 발자국

기자는 현장에서 가서 내부를 직접 봤습니다. 선생님이 내부 촬영을 거부하신 만큼 일단 기자가 열려있는 문 앞에서 실내를 눈으로 보고 나왔습니다. 일단 학원은 내부가 큰 규모가 아닙니다. 문부터 맞은편 벽까지 열 발자국도 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택배기사는 현관문 경계선 기준 두세 발자국 갔다고 주장합니다. 선생님은 기자에게 택배기사가 들어온 위치를 설명해줬습니다. 현관문을 지나 칸막이가 하나 있습니다. 그 칸막이 앞까지 왔다는 것인데, 아무리 좁은 보폭이라 해도 다섯 발자국 이내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④ 택배기사 인기척

택배기사는 무턱 들어간게 아니라고 줄곧 주장합니다. 학원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선생님이 시야에 보였고, 일부러 들으라고 "계세요?"라고 했다고 합니다. 선생님도 취재기자를 만나 얘기를 나눌 때 본인도 인기척을 느꼈다고 인정했습니다. 선생님은 인기척을 느꼈지만,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얘기했습니다.


 

양측 엇갈린 진술

 
공통된 진술도 있지만,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선생님은 택배기사가 안에 들어왔을 당시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느냐입니다. 이 부분은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다릅니다.
[취재파일] 택배기사 '주거침입' 사건, A부터 Z까지 / 사진5
 
① 책상에 앉아서 무슨 일 VS 옷을 여미고 있었다

택배기사는 학원 안에 앉아있는 선생님이 시야에 보였다고 합니다. 당시 선생님은 학생들이 사용하는 좌우 칸막이가 있는 독서실형 책상에 앉아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택배기사의 물음에도 반응이 없자 안으로 몇 발자국 들어간 게 된 것이라고 합니다. 택배기사는 안에 들어간 상태에서 재차 '계세요?' 라고 들리도록 말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선생님이 뒤를 돌아보며 신발을 신고온 택배기사에게 불만을 표출했다고 합니다.

선생님의 주장은 다릅니다. 그리고 취재기자에게 최초에 말했을 당시 입장이랑, 현재 입장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선생님은 취재기자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냐는 질문에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택배기사는 선생님이 책상에 앉아있었다고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기사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이 과정도 모두 녹음은 돼 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온 다음 밖에 나와 앉은 상태로 옷을 '여미고' 있는 상태라고 입장을 번복했습니다.

선생님은 SBS 보도 이후 입장을 한 번 더 번복했습니다. 본인은 그때 당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택배기사가 들어왔을 때 앉아있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혀왔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이 CCTV에 담겨 있다고 새로운 주장을 펼쳤습니다. 취재기자가 처음 선생님을 취재하러 갔을 당시에는 이러한 모습이 담긴 CCTV가 있다고 밝힌 바가 없습니다.

② 대면 수령이 원칙 VS 비대면 수령이 원칙

선생님은 택배 기사가 문 앞에 물품을 두고 가면 될 것을 그러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 모든 물품은 비대면 배송이 원칙이고 규정이라고 말합니다. 선생님은 또 부재 시 문 앞에 배송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하지만, 일단 선생님이 안에 있었던 만큼 부재 시로 볼 수가 없어 논외로 하겠습니다.

택배기사는 코로나19로 한시적으로 비대면 배송하긴 했지만, 그것이 원칙이 아니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안에 사람이 있으면 직접 나와서 받도록 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도난 사고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고객께서 어느 곳에다 두기만 하고 돌아가시라고 하면, 사진을 찍어 인증한 다음 요청대로 배송한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택배기사가 소속된 택배회사에도 기자가 문의했습니다. 택배 회사 측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만든 택배표준약관을 따른다고 합니다. 약관을 보면 비대면 배송이 원칙이라는 부분은 나오지 않습니다.


 

번외) 인기척을 느꼈다면? 반응하지 않았을까

 
선생님은 현관문이 열려있는 상황에서 인기척을 느꼈다고 합니다. 만약 그 상황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거나, 옷을 여미고 있었다면, 왜 택배기사에게 들어오지 말라는 등 왜 반응을 보이지 않았을까요? 이 부분은 의아합니다. 선생님은 일단 택배기사가 당연히 문 앞에 두고 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반응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변했습니다.
 

번외) 주거형 학원? 해당 층은 근린생활시설

 
사건 장소가 학원이라는 점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성 혼자 사는 주거지였다면, 여성의 대응 방식이 조금 과했다고 해도 이해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건물에는 여러 학원들이 모여 있습니다. 해당 학원은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소규모의 그룹과외 형식의 공부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이곳이 '주거형' 학원이라고 주장합니다. 주거지이자 학원의 성격을 동시게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취재기자에게 해당 학원에 낮12시쯤 출근한다고 한 만큼 주거지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이곳에 거주를 한다고 해도 문제가 됩니다. 해당 건물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본 결과 해당 층은 근린생활시설로 등록돼 있습니다. 근린생활시설은 원칙적으로 주택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번외) "택배기사 돈 받고 기사 썼어요?"

 
해당 보도는 택배기사께서 5월 30일 날, SBS에 직접 제보했습니다. 취재기자가 마침 당일 당직을 서고 있다가, 택배기사의 사연을 듣고 취재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택배기사께서는 본인이 겪었던 일을 소개하면서, 택배기사들이 업무 도중에 겪는 '감정 노동'에 관해서 다뤄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취재기자는 해당 학원에 찾아가 약 33분 동안 학원 선생님 입장을 청취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엔 택배기사를 만나 인터뷰했고, 강동경찰서와 택배기사 소속 택배 회사에 관련 사건에 대해 질의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기사에 모두 반영했습니다.
[취재파일] 택배기사 '주거침입' 사건, A부터 Z까지 / 사진7

선생님은 택배기사 사연에 왜 이렇게 집착하느냐며 돈을 받고 기사를 써주는 것이냐며 취재기자에게 물어봤습니다. 그런 일은 절대 없었음을 다시 한 번 더 이곳에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