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늦은 오후 서울 CGV 영등포 ‘스크린X PLF(Premium Large Format)’의 프라이빗 박스. 이 곳은 상영관 속 상영관이다. 박스 형태의 방은 리클라이닝 소파와 공기청정기, 샹들리에 조명이 설치된 아늑한 공간이었다. 웰컴 음료와 시그니처 팝콘, 담요, 일화용 슬리퍼 등으로 구성된 웰컴 키트가 제공됐다.
영화가 시작되자 통유리창 너머로 전면과 좌우로 구성된 3면의 스크린이 펼쳐졌다. 양쪽 벽에 좌우 스크린이 일부 가려지는 물리적 한계는 어쩔 수 없었지만 분리된 공간은 심리적 안정감을 줬다. 영화를 감상하며 일행과 편하게 대화할 수 있었고, 개별 사운드 시스템을 구축해 상영 중 볼륨을 조절할 수 있었다.
팬데믹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시장 확대로 고사 직전에 이르렀던 영화관이 다시 한 번 진화하며 반격에 나섰다. 극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몰입감, 언택트와 개인화에 대한 수요, 고급화된 서비스까지 모두 잡는 것이 목표다.
CGV는 전날 서울 CGV 영등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반석 440석과 프라이빗 박스 22석으로 구성된 ‘스크린X PLF’를 최초로 공개했다.
지난 2013년 처음 선보인 스크린X는 다면 특별상영관이다. 좌우 벽면까지 3면이 스크린으로 펼쳐져 전면 스크린의 한계를 뛰어넘은 스크린X는 확장된 스토리텔링과 다양한 연출을 시도해왔다.
기존 스크린X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스크린X PLF는 세계 최대 서라운드 시스템을 갖췄다. 좌우 스크린과 10개의 프로젝터가 광활한 뷰를 완성했다. 스크린 가로 길이는 전면 25m 좌우 윙 각각 22m로 총 69m, 스크린 높이는 13.6m다.
기존 스크린X의 좌우 벽면은 패브릭 재질이었으나 스크린X PLF는 스크린 재질의 실버 스크린으로 더 또렷하고 선명해진 화면을 구현했다. 조명, 안개 등 환경 설비를 갖춘 공연 특화 시스템도 적용했다.
스크린X PLF는 서울 영등포와 부산 서면 두 곳에 론칭됐다. 영등포 스크린X PLF는 CGV 영등포 스타리움관을 리뉴얼해 462석 규모로 재개관한 것이다.
이날 CGV는 영화 ‘탑건:매버릭’과 ‘세븐틴 파워 오브 러브:더 무비’ 특별 영상을 시연해 스크린X PLF만의 몰입감을 선보였다.
상영관 상층부에는 프라이빗 박스를 도입했다. 가족, 연인 등과 상영관 내 독립된 공간에서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한 소규모 상영관이다. 스크린 방향 전면은 오픈돼 있지만 타인의 시선은 차단된 공간이다. 상영관 입구인 6층에서 카드키를 받은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과 8층으로 이동해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용 가격은 주말 기준 1인당 5만원이다.
방준식 CJ 4D플렉스 팀장은 “2019년 전국 극장 관람객은 2억3000명으로 역대 최고였으나 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이후 6000만명대로 급감했다”며 “팬데믹 기간 일반관과 프리미엄관의 객석률은 하락했지만 스위트 시네마 등 프라이빗 프리미엄관의 객석률은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스크린X PLF는 대형 화면과 고화질, 음향 등 수년 간 CGV가 축적해 온 기술을 통해 최고의 몰입감을 제공한다”며 “기존 아이맥스, 돌비, 리얼D 상영관과는 완전히 다른 포지션에 있다”고 설명했다.
조진호 CGV 콘텐츠 기획 담당은 “OTT와 극장이 공생해야 하는 환경에서 몰입감 있는 특별관들은 영화관의 관객 회복과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프라이빗 프리미엄관은 가격대가 높지만 식음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럼에도 제휴나 프로모션 등을 통해 가격을 낮춰 관람객들의 부담을 덜 예정”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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