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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13억 중국 홀린 K웹툰…'무주공산' 베트남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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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앤씨미디어의 '나혼자만 레벨업'이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 디앤씨미디어)

디앤씨미디어의 '나혼자만 레벨업'이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 디앤씨미디어)

# 대한민국 서울. 몬스터를 잡는 헌터는 공식 직업이다. 태어날 때부터 S등급부터 A~E등급 능력을 부여받은 헌터들. 이 등급은 죽을 때까지 변하지 않는다. 헌터들 중 가장 약한 E급인 성진우는 던전에 들어간 뒤 다른 헌터들과 함께 몬스터와 싸우다 죽는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기회가 더 주어진다면 살 수 있을텐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살아있었고, 본인만 보이는 퀘스트 창이 떠오른다. 퀘스트를 실행하던 진우는 S급 헌터로 발돋움하게 된다.
올해 디앤씨미디어 인기작 '나 혼자만 레벨업' 웹툰의 주요 줄거리다. 해당 웹툰은 지난 3일 기준으로 중국 웹툰 플랫폼 콰이칸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김은주 디앤씨미디어 콘텐츠 마케팅 이사는 지난달 29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인 바이어들이 '나 혼자만 레벨업'은 연령대가 높기 때문에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나오자마자 바로 1위를 기록했다"며 "여성 독자들도 많고, 유료 매출도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중국에 진출한 디앤씨미디어는 사드 여파에도 꾸준하게 인기를 이어갔다. 김 이사는 "사드 여파가 한창일 때에도 디앤씨미디어의 웹툰은 꿋꿋하게 플랫폼에서 순위를 올리고 있었다"며 "작품 내 한국적인 요소가 많이 없기 때문에 웹툰 그 자체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이 많았던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 '나 혼자만 레벨업', 중국·일본서 1위

김은주 디앤씨미디어 콘텐츠 마케팅 이사가 디앤씨미디어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 최혁 기자)

김은주 디앤씨미디어 콘텐츠 마케팅 이사가 디앤씨미디어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 최혁 기자)

중국에선 유료 과금 체계도 정착했다. 1~3화나 5화까지는 무료로 볼 수 있고, 다음화부터는 유료로 봐야하는 구조다. 요금 단가는 한국보다 낮지만, 1화 당 컷 수는 30화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그는 "중국에 한국과 같은 유료 과금 체계를 설정하면 중국 독자들이 체감하기에 비쌀 수 있어서 단가를 낮췄다"며 "중국 독자 중에선 빨리 보고 싶어서 한국 사이트를 찾아 챙겨보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로, 웹툰의 가치를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선 '황제의 외동딸'도 꾸준하게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20여편의 웹툰을 중국에 선보이고 있다. 2016년 중국 웹툰시장이 출발할 때 유료 모델을 빠르게 구축한 덕분이다.

김 이사는 "중국 내 웹툰 유료 시장은 2017년부터 시작됐는데, 중국 정부는 자국 회사부터 유료화 모델을 적용하면 내부 반발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며 "스크롤을 내려서 볼 수 있는 한국 웹툰의 유료 서비스가 빠르게 정착하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 만화책 포맷을 그대로 스캔해서 보여주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에 유료화 모델을 적용하기엔 힘들었다.

웹툰이 중국에서 자리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한국에서 성공한 작품을 선별해 선보였기 때문이다. 한국은 웹툰 종주국인 만큼, 독자에게 최적화한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서 성공한 작품들이 해외에서도 성공을 거둔다는 게 특징"이라며 "웹툰에 대한 반응은 댓글을 통해서 확인하는데, 댓글 반응도 비슷할 정도로 공감대나 감정에 대한 부분이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웹툰 플랫폼 콰이칸에서 '나 혼자만 레벨업'이 1위를 차지했다. (사진 = 디앤씨미디어)

중국 웹툰 플랫폼 콰이칸에서 '나 혼자만 레벨업'이 1위를 차지했다. (사진 = 디앤씨미디어)

올해 일본과의 외교적인 갈등은 깊어졌지만, 오히려 일본에서 급성장을 거뒀다. 지난해 일본 카도카와를 통해 '황제의 외동딸'을 종이책으로 내놓았다. '나 혼자만 레벨업'은 일본 픽코마에서 판타지 부문 1위(12월 3일 기준)를 기록했다. 만화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일본 시장에서 거둔 뜻깊은 성과다.

김 이사는 "지난해 일본에서 1년 내내 모든 출판사를 돌면서 '우리에겐 관심이 없겠지만, 얘기를 한 번 들어달라"며 세일즈에 나섰다"며 "'카도카와' 계약을 통해 '황제의 외동딸'을 내놨는데 발간 당일 히트를 기록하면서, 내부에서도 이 책이 뭐길래 이렇게 많이 나가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고 밝혔다. 카도카와는 출판부터 애니메이션 등까지 진행하는 종합엔터사로, 한 달에 내놓는 신작만 2000권에 달한다.

글로벌 웹툰 플랫폼 태피툰에서 디앤씨미디어의 웹툰이 주요 랭킹에 올라와있다. (사진 = 디앤씨미디어)

글로벌 웹툰 플랫폼 태피툰에서 디앤씨미디어의 웹툰이 주요 랭킹에 올라와있다. (사진 = 디앤씨미디어)

◆ 영미권은 로맨스 판타지로 '돌풍'

영미권에서도 디앤씨미디어의 웹툰은 인기를 끌고 있다. 글로벌 웹툰 플랫폼 태피툰(Tappytoon)에서 '악녀의 정의'는 지난 3일 기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디앤씨미디어의 다른 웹툰도 순위권에 올라와 있다. '그녀가 공작저로 가야했던 사정'은 2위에, '용이 비를 내리는 나라'도 7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황제의 외동딸'도 트렌드 인기 순위에서 2위를 기록했다.

유럽권 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올해 디앤씨미디어는 프랑스 북페어에 처음 참가했다. 북페어를 통해 한국 웹툰의 성장 가능성을 엿봤다. 프랑스에선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이 매년 열릴 정도로, 만화에 대한 선호가 높은 나라다. 해당 축제는 이탈리아 루카 코믹스 게임 축제와 일본 코미켓 축제 다음으로 큰 만화 축제다.

김 이사는 "대부분 동화책이나 문화 서적을 선보이는 프랑크푸르크의 북 페어를 갔는데 현지 회사가 작품 계약을 요청해오기도 했다"며 "일본 만화가 주력이던 유럽시장도 만화에서 웹툰으로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독일에서도 20여권의 판권 계약을 마친 상태다.

해외 독자 중에선 자발적으로 유튜브를 통해 디앤씨미디어의 웹툰을 소개하기도 한다. 그는 "스페인 친구는 BL작품 중 '과호흡'을 30분짜리 영상으로 만들어 SNS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며 "유튜브 세대는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에 대해 스스로 소개하고 홍보도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김 이사는 "이번달 웹툰 플랫폼이 아예 없는 브라질도 찾아가서 얘기를 나눌 계획"이라며 "스페인 문화권과 남미, 아프리카 등도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디앤씨미디어의 '황제의 외동딸'은 일본과 동남아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 디앤씨미디어)

디앤씨미디어의 '황제의 외동딸'은 일본과 동남아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 디앤씨미디어)

◆ '무주공산' 베트남, 웹툰 플랫폼 진출

디앤씨미디어가 해외 진출 3년 만에 성과를 내고 있는 데에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들은 한 해 웹툰 40편을 출시하지만, 디앤씨미디어는 10편 정도만 낸다. 작가와 함께 작품 기획 단계부터 작가와 협의를 진행, 어느 나라에 먼저 선보일 것인지 등을 꼼꼼히 따진다.

디앤씨미디어가 한 해 선보이는 작품 대부분이 해외로 나간다. 작품이 나오기 전 디앤씨미디어는 유튜브를 통해 홍보도 펼친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댓글은 한국인보다 외국인 댓글이 더 많은 편이다. 김 이사는 "BTS도 유튜브를 잘 활용한 덕분에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며 "유튜브를 영어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4가지 버전으로 선보여 신작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남아시아도 나라별 특성을 보인다. 김 이사는 "인도네시아 주 독자층이 여성으로 로맨스 판타지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여성들이 경제력이 좋고 돈을 많이 쓰기 때문"이라며 "태국은 BL(남성 동성애) 시장이 잘 되고 있고, 여성용 작품도 잘 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동남아 시장은 이제 시작인 단계로, 3~5년 후엔 더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돈은 있지만 어디에 써야할 지 모르는 고객들이 많은 상태로, 웹툰의 유료 결제율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디앤씨미디어는 베트남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베트남에 자체 플랫폼 사업을 하는 자회사 '더 코믹스'도 설립했다. 내년 초 웹툰 플랫폼 사업을 현지에서 전개, 웹툰 제작 뿐 아니라 유통 플랫폼으로도 사업을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 이사는 "베트남 웹툰 시장은 불법 유통이 많을 정도로,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태"라며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너무 좋기 때문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베트남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진출했다"고 밝혔다.

애로사항도 있다. 불법 복제물이 판을 치고 있어서다. 특히, 러시아에서 그 폐해를 실감하고 있다. 김 이사는 "러시아에선 판타지를 비롯해 전 장르의 작품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모두 불법 유통되고 있는 웹툰들"이라며 "회사에서 단속에 나서곤 있지만, 정부 당국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해외 진출을 활발하게 전개한 덕에 디앤씨미디어의 해외 매출은 증가하고 있다. 2017년 4억원이었던 해외 매출은 지난해 18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1분기에만 6억원을 거두면서 매출을 점차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디앤씨미디어는 웹툰 외에 다른 쪽으로도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웹툰은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등 확장할 수 있는 영역도 다양하다. 그는 "11월 부산 지스타에 가서 게임화하는 웹툰IP(지적재산권)를 찾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동남아시아 바이어들을 만났다"며 "일본에서도 웹툰 수입을 넘어, 공동 제작해서 해외로 함께 내보내고 싶다는 업체들도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해외에 K웹툰을 선보이면서 나중엔 일본의 만화 시장도 앞지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이사는 "일본이 만화로 유명하지만, 아직까진 종이책이 주를 이루고 있는 시장"이라며 "몇 년만 지나면 한국 웹툰이 일본을 이길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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