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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에 떠난 이스라엘… 48세에도 나는 춤춘다

이스라엘 키부츠 현대무용단에서 무용수 겸 안무가로 활동하는 김수정이 지난달 9일 서울 대학로에서 인터뷰하다 포즈를 취했다. 김수정은 41세에 키부츠 현대무용단에 입단해 8년째 활동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키부츠 현대무용단은 현대무용 강국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무용단이다. 신체적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춤으로 유명한 키부츠 현대무용단에서 한국인 무용수 김수정이 활약하고 있다. 48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주역으로 무대를 장악하는 김수정은 최근 안무가로도 주가를 올리고 있다.

그가 직접 안무하고 춤추는 ‘케렌시아’ ‘전염’ 등 솔로춤 2편이 서울세계무용제(SIDance·10월 16일~11월 14일)에 초청돼 27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여름 휴가로 한국을 찾았던 그를 지난달 9일 대학로에서 만나 여전히 격렬한 춤을 소화하는 비결을 들어봤다. 인터뷰 직후 이스라엘로 돌아간 그는 공연 직전인 오는 22일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다.

“우리 무용단 정원이 남녀 각각 8명씩 16명이에요. 1년마다 재계약이 이뤄지는데, 제가 최연장자 자리를 계속 차지하고 있네요, 하하. 제 골격이 튼튼한 편이지만 나이를 먹고도 예전처럼 춤추기 위해 매일 단체 트레이닝에 앞서 1시간 워밍업합니다. 관절이 점점 뻣뻣해지기 때문에 훈련해야 다치지 않거든요.”

키부츠 현대무용단은 안무가 예후디트 아르논이 1970년 이스라엘 북부 갈릴리의 가톤 키부츠(농업·생활공동체)에 설립했다. 96년부터 무용단을 이끄는 라미 베에어 예술감독은 역동적 감성을 담은 작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김수정은 “투어 공연이 없을 때 키부츠 안에 있으면 춤 외엔 할 게 없다”면서 “무용가로서 자신의 몸과 움직임에 대한 탐구를 지치지 않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정은 이화여대 무용과 동문으로 구성된 현대무용단 탐 출신으로 국내에서 무용수 겸 안무가로 활동했다. 그런 그가 41세였던 2014년 키부츠 현대무용단 정단원이 됐다는 소식은 국내 무용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인 최초 단원인 데다 40세가 넘어 해외 유명 무용단에 입단한 것도 유례가 없었다.

사진=권현구 기자

“제가 대학을 졸업했을 때는 지금처럼 한국 무용수들이 해외 현대무용단에서 활동하는 사례가 거의 없었어요. 저도 해외는 생각도 못 하고 주변 선배나 친구처럼 동문무용단을 중심으로 춤도 추고 안무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30대 말 국립현대무용단에서 외국 안무가들과 작업하며 자극받은 게 해외로 나가는 계기가 됐죠. 특히 2012년 이스라엘 안무가 우리 이브기와 작업하며 키부츠 현대무용단에 대해 알고 싶어졌어요.”

김수정은 40세이던 2013년 이스라엘로 떠났다. 키부츠 현대무용단의 댄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무용단 메소드와 레퍼토리들을 익히는 댄스 프로그램은 6개월마다 코스가 바뀌며 매년 40명을 선발한다. 키부츠 현대무용단에 입단하고 싶은 젊은 무용수들에겐 필수 코스다. 물론 무용단에 결원이 생겨야만 치열한 경쟁률의 오디션을 뚫고 입단할 기회가 주어진다.

1996년부터 키부츠 현대무용단을 이끌고 있는 라미 베에어 예술감독. 뉴시스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무용단 입단은 생각도 못 했어요. 사실 댄스 프로그램조차 30세 미만으로 나이 제한이 있었지만, 특별히 허락받았거든요. 당시 남편과 부모님은 제가 6개월 정도 있다가 한국에 돌아올 거로 생각했었죠. 그런데 3개월쯤 지났을 때 해외 투어를 앞둔 무용단이 다친 무용수를 대신할 무용수를 뽑는 오디션을 치르며 제게도 기회를 줬어요. 감독님이 저를 마음에 들어 해 투어를 다녀왔고 이듬해 오디션을 거쳐 정식 단원이 됐습니다. 매년 계약을 연장했는데 벌써 8년째네요.”

김수정에 대한 베에어 감독의 믿음은 여러 차례 한국인 무용수를 단원으로 뽑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9년 키부츠 현대무용단 내한 공연에는 김수정을 포함해 한국인 단원 3명이 무대에 섰다.

베에어 예술감독이 안무한 ‘어사일럼’(Asylum)과 ‘호스 인 더 스카이’(Horse in the sky)에 출연한 김수정. 검은 머리의 여성 무용수가 김수정이다. 키부츠 현대무용단

“감독님은 제게 늘 용기를 주세요. 나이 때문에 그만두려고 했을 때 ‘나이 들어서 안 되는 게 아니라 나이 들었다고 생각해서 안 하니까 안되는 거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감독님은 제가 게을러질까 봐 안무를 독려하는 한편 작년부터 무용단 내 세컨드컴퍼니(대형 무용단이 운영하는 2군 개념의 단체)에서 티칭을 시키셨어요.”

김수정은 이스라엘에 가기 전 한국에서 2007년 서울댄스컬렉션 우수상, 2009년 서울국제안무경연대회 대상, 2010년 공연예술축제(PAF) 주최 ‘최우수 레퍼토리상’을 받는 등 안무가로서 재능을 인정받았다. 키부츠 현대무용단에서 다시 안무를 시작한 그의 작품이 세컨드컴퍼니의 레퍼토리가 되기도 했다. 이스라엘에서 그의 활발한 활동은 2019년 야이르 샤피라 어워드 무용 부문 수상으로 이어졌다.

한국과 이스라엘을 오가며 안무 작업을 하는 그는 2018년 대구시립무용단에서 ‘베디, 아마비’(Vedi, Amavi)를 만들어 호평받았다. 2019년 제1회 모노탄츠 서울 페스티벌에서 선보인 솔로춤 ‘케렌시아’(Qurencia)로 최우수 예술가상과 한국춤비평가협회 춤 연기상을 받았다. ‘케렌시아’는 지난해 코로나19 탓에 영상으로 열린 제9회 헝가리 모노탄츠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김수정이 오는 27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선보일 예정인 ‘케렌시아’의 한 장면. (c)Lior Horesh

“예전엔 안무의 소재를 사회적 이슈에서 찾았다면 요즘엔 주변에서 찾아요. ‘케렌시아’의 경우 스페인어로 안식처를 뜻하는데, 투우 경기장에서 투우사와 마지막 결전을 앞둔 소가 잠시 쉬는 곳을 가리켜요. 바쁜 현대인의 모습을 소에 빗대 만든 작품입니다. ‘전염’은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비대면과 거리두기가 일상이 된 우리 삶을 담았습니다. 이스라엘은 백신 접종이 빠르게 이뤄져 다른 나라보다 상황이 좋았지만, 지난해 요새 같은 키부츠에서만 머물며 느꼈던 고립감은 컸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김수정이 몰두한 것은 춤 연습 외에 그림이었다. 예전에 잠시 미술을 배웠던 그는 이스라엘에 와서 시간이 남을 때마다 그림을 그렸다. 이렇게 그린 펜화가 올해 영국 홀리 아트(the Holy Art) 갤러리가 전 세계 예술가를 상대로 한 공모에서 뽑히는 기쁨을 안았다. 당시 뽑힌 작품들은 지난달 그리스 아테네에서 ‘휴머니즘’(Humanism)이란 타이틀 아래 전시됐다. 그는 “예전부터 무용 외에 퀼트, 특공무술, 미술, 드럼 등등 이것저것 배우는 걸 좋아했다. 호기심이 생기면 바로 도전하는 성격이라서 그렇다”며 “나이가 더 들어 춤을 안 하게 되면 미술을 본격적으로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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