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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건강] 접종 후 4∼20일, 처음 겪는 두통·시야장애·구토 CVST 의심

시일 지나서 발생, 놓치기 십상
배앓이보다 심한 복통·혈변은
‘내장정맥 혈전증’ 의심 증상
국내 발병 적어 유럽의 ⅓이하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발생한 혈전(血栓)의 안전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은 후 보고된 ‘혈소판 감소가 동반된 희귀 혈전증’의 경우 유럽의약품청(EMA)이 백신과의 연관 가능성을 인정했다. 다만 EMA는 이런 특이 혈전증 발생이 매우 드물고 백신 접종의 이익이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피해를 압도적으로 상회하는 만큼 계속 접종을 권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지침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영국과 프랑스 독일 캐나다 등 일부 국가들은 젊은 여성 등 특정 연령층 대상 접종을 중단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국내에 아직 도입되지 않은 얀센 백신에서도 혈전증 사례가 보고돼 접종을 진행 중인 유럽, 미국에서 인과성을 조사 중이다.

혈전증 발생 우려로 특수교사 등 특정 집단과 60세 미만에 접종을 잠정 연기·보류했던 우리 방역당국은 12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재개했다. 단, 연령별 이득-위험 분석결과 30세 미만에 대해선 접종에 따른 이득이 크지 않다는 점을 들어 대상에서 제외했다.

일반적으로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가벼운 두통이나 고열 근육통 오한 등 국소·전신 증상, 아나필락시스(급성 쇼크) 같은 중증 알레르기 증상은 ‘이상 반응(adverse event)’으로 분류된다. 백신 접종 후 발생한 모든 의도하지 않은 증상으로, 꼭 접종과 인과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희귀 혈전증은 ‘백신 부작용(side effect)’으로 명시됐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후 이런 부작용도 이상 반응에 준하는 모니터링과 신속한 대처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접종 후 4~20일 사이 생전 처음 경험하는 심한 두통, 앞이 흐릿하거나 두 개로 보이는 시야 장애, 구토 등 간질·발작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뇌정맥동 혈전증(CVST)’을 의심하고 빨리 119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조기 진단될 경우 중증 악화나 사망으로 이어지는 걸 막을 수 있다. 소화불량에 따른 배앓이 보다 더 심한 복통이 지속되거나 혈변이 나올 경우엔 ‘내장정맥 혈전증(SVT)’일 수 있다.

혈전증 부작용에 대처하려면 아나필락시스 만큼의 주의 사항과 감시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 교수는 “CVST의 위험성은 아나필락시스 정도로 볼 수 있다. 다만 접종 후 15~30분에 나타나는 아나필락시스의 경우 현장에서 대부분 관찰과 대응이 가능하지만 CVST는 접종 후 시간을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대처가 어려울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접종 후 지속적인 안내와 모니터링, 신속한 인과성 확인 및 투명한 정보 공개가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혈전은 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진 덩어리다. 혈관 손상 등에 의해 출혈이 발생하면 몸에서는 혈액응고(굳음)과정이 활성화돼 상처 부위를 막는데, 이때 혈전이 생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혈전은 자연스럽게 녹아 없어진다(지혈). 한국혈전지혈학회 학술이사인 장성수 서울아산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하지만 잘 녹지 않고 남아있거나 너무 많이 생겼을 때 혈관을 막아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혈관이 있는 곳이면 다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혈전이 잘 생기는 사람은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선천적으로 자연적인 혈액응고물질이 결핍됐거나 후천적으로 자가 항체 등이 생기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항응고 약제인 ‘헤파린’을 쓰는 경우 혈소판 감소증과 함께 혈전이 생기기도 한다. 암 환자나 자가면역질환자, 수술 후 거동 불편자, 여성 호르몬제 사용자, 흡연자 등도 혈전 고위험군이다. 다만 이들 혈전 고위험군이 백신 접종으로 혈전 발생이 더 증가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혈전증은 혈관 종류에 따라 심장에서 나가는 혈류가 막히는 동맥 혈전증과 말초 조직에서 심장으로 들어오는 혈류를 방해하는 정맥 혈전증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동맥 혈전증은 매우 급한 치료를 요하는 응급상황이며, 정맥 혈전증은 상대적으로 응급도가 낮지만 중증도가 심한 경우 신속한 치료를 필요로 한다.

심장의 관상동맥이 막히면 급성 심근경색(심장마비), 뇌동맥혈전증은 뇌졸중을 일으킨다. 폐동맥을 막으면 갑자기 숨이 차고 가슴통증이 생긴다(폐혈전증). 뇌졸중을 일으키는 혈전은 주로 목 동맥에서 떨어져 나간 혈전이 뇌로 흘러가 막는다. 뇌혈관에 생기는 혈전은 드물지만 뇌동맥 뿐 아니라 표층, 심부 뇌정맥, 뇌정맥동(뇌에서 나온 정맥의 합류 지점)에서 모두 생길 수 있다. 간과 연결된 혈관인 내장정맥(간문맥)에 혈전이 생기면 복통의 강도가 세고 지속된다. 폐혈전증에 하지의 심부정맥 혈전증이 동반되면 다리가 붓고 아픈 증상이 나타난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일반 혈전증의 90% 이상은 폐혈전증이며 연간 인구 10만명 당 50명가량 발생하고 서양(150명)에 비하면 적다.

EMA 발표에 따르면 뇌정맥동 혈전증은 인구 100만명 당 5명, 내장정맥 혈전증은 100만명 당 1.5명이 발생했다. 특히 뇌정맥동 혈전증의 경우 혈소판 수치 감소나 일부 출혈이 수반된 경우가 20%에 달했다. 혈소판이 감소하면 사망 등 치명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혈소판 감소가 없는 국내 희귀 혈전증 발생 빈도는 100만명 당 1.3명 정도로 유럽의 3분의 1~5분의 1 수준이다.

1, 2차 합쳐 120만명(아스트라제네카 백신 91만6000명)의 접종이 이뤄진 국내에서도 3명의 혈전증 사례가 보고됐지만 2명(사망 60대 1명, 20대 여성 1명 모두 폐혈전증)은 백신과 인과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1명(CVST, 20대 보안요원)은 연관성은 입증됐지만 유럽처럼 혈소판 감소증이 동반되지 않아 부작용 사례 정의에 해당하지 않는다.

방역 당국은 “백신 접종 후 4주 이내 호흡 곤란, 흉통, 계속되는 복부 통증, 다리의 부기 증상이 나타나고 2일 이상 지속되는 심한 두통, 진통제에도 반응하지 않은 경우, 시야가 흐려지는 경우, 접종 부위가 아닌 곳에 멍·출혈이 생기는 경우 혈액 전문의 진료를 받으라”고 당부했다.

나상훈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한국은 의료 접근성이 좋아 의심 증상으로 빨리 병원 가서 영상검사를 받으면 혈전의 조기 발견 가능성이 어느 나라보다 높다”면서 “의료진도 특이 혈전증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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