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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세 이틀 전까지 '이규태 코너' 23년간 6702회 연재… "박물관 하나 사라져"

[인물과 사건으로 본 조선일보 100년] [40] '한국학의 거함' 이규태

"자네 지금 장난하나? 이게 무슨 기사가 되나, 사망 사고도 아닌데!" 1959년 조선일보에 입사한 이규태(李圭泰·1933~2006)가 사회부 기자로 뛰던 초년 시절이었다. 세 살배기 아기가 전차 밑에 깔렸으나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은 사건이 일어났다. 현장에 달려간 그는 전차 바닥 높이를 자로 잰 뒤 일필휘지로 기사를 썼다. 하지만 사회부장은 원고를 찢어버렸다. 이규태는 항변했다. "전차에 깔리면 죽는 게 당연한데 죽지 않았으니 기사가 되지 않겠습니까!"

이규태는 평생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려고 노력한 기자였다. 전북 장수의 가난한 소작농 집안에서 태어나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육하원칙에 따라 쓰는 기사가 호두 껍데기라면 그 안의 인간적 맥락을 찾아 의미를 캐내는 것이야말로 호두 알맹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1960년대에 쓴 기사 '소록도의 반란'은 작가 이청준에 의해 '당신들의 천국'이란 소설로 재탄생했고, 이 소설에서 이규태는 'C일보 이정태 기자'로 등장했다.

1998년 자택 서재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이규태 전 조선일보 논설고문. 그는 23년 동안 ‘이규태 코너’를 6702회 연재하는 기록을 세웠다.
1998년 자택 서재에서 신문을 읽고 있는 이규태 전 조선일보 논설고문. 그는 23년 동안 ‘이규태 코너’를 6702회 연재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덕훈 기자

2년 차 기자였던 1960년, 그는 한국을 찾은 '대지'의 작가 펄 벅과 함께 지방을 여행했다. 지게를 진 채 소달구지를 끄는 농부를 본 펄 벅이 "미국인이라면 달구지에 올라탔을 텐데… 소의 짐까지 덜어주려는 마음이다"라며 감탄했다. 이때 받은 충격은 그를 '한국인의 의식 저변에 흐르는 것이 무엇인가'란 고민에 빠지게 했다. 1968년 연재한 '개화 백경'은 그 고뇌의 산물이다. '이규태 한국학'의 시작이었다.

서양 문화의 무분별한 수용, 고도성장과 빈부 격차 속에서 사회는 삭막해졌고 한국인은 주눅 들어 있었다. 한국 문화의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사명감이 빛을 발했다. '개화 백경'이 우리 것을 찾는 시대정신을 일깨웠다면, '한국인의 의식구조' 등 30여 개 대형 시리즈는 열등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게 했다.

1983년 3월 1일, 그를 '한국학의 거함(巨艦)'으로 만든 '이규태 코너'가 첫선을 보였다. '이완용 집 고목'으로 시작한 이 코너는 매일 200자 원고지 6~7장 안에 동서고금을 오가는 이야기로 시사 문제를 풀어내는 칼럼이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책 1만5000권이 사방을 가득 메운 지하실 서재를 뒤져 자료를 챙긴 뒤 출근했다. 그만의 독특한 분류법으로 '안락사' 하나를 가지고도 스파르타와 로마제국, 여진족 풍습까지 찾아냈다.

풍부한 자료에 감칠맛 나는 글솜씨, 세계를 발로 누빈 체취가 밴 그의 칼럼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조선일보를 펼치면 꼭 '이규태 코너'부터 먼저 읽고 스크랩을 했다"는 사람들을 지금도 흔히 만난다. 5000회를 맞은 1999년 11월 15일 자에서 이규태는 "동서(東西)에 공간적 조명을 하고, 고금(古今)에 시간적 추이를 더듬어 각기 다르게 물든 가랑잎 한 잎씩을 신문 갈피에 접어 독자에게 드렸다"고 회고했다.

조선일보에서 초대 월남 특파원, 문화부장, 사회부장, 주필, 논설고문 등을 지낸 이규태는 2004년 퇴임했다. '이규태 코너'는 2006년 2월 23일까지 6702회 실렸다. 한국 언론 사상 최장수 칼럼 기록이었다. "글로 먹고사는 놈에게 항상 무언가를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그는 고별 칼럼에서 고백했다. 그리고 이틀 뒤 별세했다. "박물관 하나가 통째로 사라져버렸다"는 애도가 이어졌다. 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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