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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부자는 덕, 빈자는 악"…조선 통념을 부수다


조선의 지식인이 쓴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으로 일컬어야 마땅한, 눈이 번쩍 뜨이는 책이다.

막스 베버는 사회과학서 `프로테스탄트…`에서 가톨릭에 대항하며 탄생한 프로테스탄티즘(Protestantism)의 근본정신인 금욕주의가 향락, 방탕, 낭비라는 욕망을 통제해 결과적으로 자본주의를 발전시켰음을 증명했다. 부(富)를 향한 인간의 욕망을 긍정하되, 부를 통제하는 구조로서의 자본주의를 설명하는 베버의 글은 명저로 남아 있다.

18세기 지식인 성거(聖車) 이재운(1721~1782)이 쓴 `해동화식전`도 궤를 같이한다.

근본적인 출발점, 궁극적인 지향점이 비슷하다. 툇마루에 앉아 곰방대에 불을 붙이며 안빈낙도로 소일하며 도(道)를 읊던 시절을 살면서도 `부자의 미덕`과 `빈자의 악덕`이란 사유를 펼치며 진정한 군자, 자본의 경영, 거상의 치부, 과욕에의 경계를 조망한다. 당대의 통념을 깨부수는 성거는 "가난하고 편안한 군자의 삶은 애초에 없으며, 그런 삶이 있더라도 무책임하다"는 논조로 부를 향한 `길 없는 길`을 찬미한다. 성거는 4대째 문과에 급제한 명문가 직계 후손이었다. 성거의 선조들은 인조반정 이후 남인으로 활동했는데 경제, 상업, 유통을 중시하는 가학(家學)의 전통을 유지했다. 성거의 `해동화식전`은 이재(理財) 활동은 경계하며 상인을 멸시하는 선비의 태도가 뿌리 깊던 조선의 속살을 벗긴다. 이윤을 남기고 장사하는 행위는 천박한 행위가 아니며, 군자는 의(義)를 추구하고 소인은 이(利)를 추구한다는 명제도 반박한다. 다음 한마디는 울림이 깊다.

"부란 사람이면 누구나 좋아하는 맛 좋은 생선회나 구운 고기와 같은 것이다."

"부자는 남이 재물을 가져다주어서 부유해진 것이 아니고, 빈자는 남이 재물을 빼앗아서 가난해진 것이 아니다."

그렇다. 성거는 인간의 욕망을 긍정한다. 부유하면 덕이 모여들고 가난하면 악함이 일어나게 마련이라고 썼으니, 가난한 자보다는 부유한 자가 지선의 경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성거에 따르면, 부자는 나라가 부과한 세금을 거부하지 않으니 이는 충성이고 이웃에게 금전을 빌리지 않으므로 청렴하다. 반면에 빈자는 관아에 내야 할 환곡도 제때 내지 못하고 이쪽에서 꾸고 저쪽에서 빌리느라 경황이 없으니 궁상이다.

알려지지 않은 거부는 조선에도 상당수였다. 비천하게 취급받던 생업으로도 부를 쌓았던 시기임을 성거는 일깨운다. 서울 광통교 인근 국밥집 주인 군칠(君七)은 날마다 300~400냥을 벌었다. 쌀 한 섬(144㎏)이 다섯 냥이었으니 현재 쌀 한 포대(20㎏)의 소매가를 5만원으로 잡으면 한 섬은 대략 36만원, 한 냥은 7만원쯤 되겠다. 300~400냥이 현재 가치로 얼마인지를 허공을 보고 쳐다보고 골몰해보면 간단한 액수가 결코 아니다. 대구의 백정 장소자(長小者)란 인물도 큰돈을 만졌다. 평택에 몰래 들어가 선비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일종의 신분세탁을 하고 살았다고 전해진다. 성거는 장소자의 금기를 꾸짖지 않고 인정한다.

행상과 거상을 비교하는 대목도 현재와 엇비슷하다. "대상인은 지방의 군과 현을 돌아다니지 않고 대문과 골목을 나서지도 않는다. 집 안에는 소상인들이 가득하여 시세 돌아가는 형편을 말하면서 가을 터럭처럼 세밀하게 분석하여 제각기 계책을 꺼내놓는다. 주인은 팔꿈치를 구부려 베개에 비스듬히 기대어 상인들이 하는 말을 듣다가 그중 나은 계책을 채택하여 추진한다. 손해를 입을 것 같으면 정해놓은 계책을 버리고, 이익을 거둘 듯하면 실행하면 된다." 부를 향한 맹목의 열차 앞에서는 경계의 전언도 분명히 남겨둔다. "향기가 풍기는 미끼 아래에는 반드시 미끼를 물다 죽은 물고기가 있다."

조선에서 건너온 재테크 서적이라는 은유가 마땅할까. 성거는 만년에 불우했다. 그러나 그가 남긴 책에선 거상으로 가는 길의 기운이 느껴진다. 부자가 되는 길은 생각보다 단순한지도 모를 일이다. 단지 돈을 물질로만 보지 않는, 긍정되고 찬미받는 욕망이 담긴 책.

자, 모두 부자가 되어보자.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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