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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 죄 아닌데 공무원 불륜 징계?… 근거는 품위 유지 위반


경찰관이나 교사 같은 공무원이 사생활의 영역에 해당하는 ‘불륜’을 저질렀다고 징계하는 것은 타당할까. 최근 경북의 한 경찰서 소속 남녀 간부는 파출소와 순찰차 등에서 부적절한 애정 행각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 파면됐다. 전북에서도 교사 두 명이 불륜 관계를 맺어온 일이 청와대 청원 홈페이지 게시글을 통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었다. 두 사건처럼 불륜이 문제가 된 경우 징계 사유는 통상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다. ‘공무원은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그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국가공무원법 63조가 근거다.

여기에는 ‘불륜은 사적 영역에 속한다’는 반론이 반복해서 제기돼왔다. 공무원이더라도 국가가 품위유지의무를 이유로 사생활에 개입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이다. 품위유지의무 위반 조항 자체가 해석의 여지가 많아 애매모호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2015년 2월 간통죄 처벌조항을 위헌으로 판단하면서 사회적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법원은 여전히 불륜을 공무원의 품위유지의무 위반 조항에 따른 징계 가능 영역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부 사건에서는 ‘업무에 영향을 미칠 정도였는지’ 여부를 따져 징계를 취소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최근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건 중에는 헌재의 간통죄 위헌 결정을 징계 받은 공무원에게 유리한 사유로 참작한 사례까지 나왔다.

헌재·법원 ‘업무 영향 여부’ 판단


공무원은 직무 밖 영역에 해당하는 사생활에서도 품위유지의무가 있다는 게 헌재와 법원의 판단이다. 헌재는 2016년 2월 경찰관이 “품위유지의무 조항은 직무 외의 영역까지 규제해 과도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사건에서 “공무원이나 공직의 공정성,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 없는 행위에 의해서도 형성될 수 있다”고 합헌으로 판단했다. 대법원도 “공무원은 직무의 내외를 불문,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

물론 예외는 존재한다. 최근 대표적인 사례는 동료 직원과 3년간 불륜관계를 이어온 대통령경호처 경호원에 대한 파면처분을 취소한 사건이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은 2019년 12월 “사적인 영역을 벗어나 업무 수행에 영향을 주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며 파면처분을 취소했다.

특히 이 사건은 “간통죄가 위헌으로 선언된 이상 윤리 위반의 문제일 뿐 더 이상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위의 정도가 약화됐다고 볼 수 있다”는 판시로 관심을 끌었다. 간통죄 폐지를 징계 받은 공무원 측의 유리한 참작 사유로 명시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이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헌재와 법원 판단을 종합하면 공무원의 사생활 문제는 징계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업무에 영향을 미칠 정도’였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간통죄 폐지에 의미를 부여한 최근 판례 경향까지 가미하면 ‘불륜=징계’라는 무조건적 공식이 성립하지는 않는 셈이다. 이는 최근 화두에 오른 공무원들의 불륜 사건에서도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 “업무 영향 미쳤다면 징계해야”


전문가들은 업무에 영향을 미친 게 분명하다면 징계가 필요하다는 데 대부분 의견이 일치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관 사건에 대해 “파출소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곳인데 불륜 행각을 벌였다면 소임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었겠나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초등학교 교사 사건에는 “판단능력을 키워가는 아이들에게 잘못된 애정관념과 결혼관념을 심어줄 수 있는, 잘못된 교육을 몸소 보여줬다”며 “불륜이 문제된 사례 중에서도 가장 엄중한 사례”라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사건(전북 교사 불륜 사건)은 교육 활동 중에 일어난 일탈 행위”라며 “누구도 죄가 없다고 공감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는 “품위유지의무 규정이 지나치게 모호한 측면이 있고, 상급자의 부적절한 행정 등에 대한 비판을 위축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있다”면서도 “(업무에 영향을 미친) 불륜까지 품위유지의무 위반이 아니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간통죄 폐지 이후 “변화 필요” 주장도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과 별개로 불륜 등 사생활 문제에 대한 징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간통이 전부 형사문제였던 시절과 지금은 다르다”며 “순수하게 두 사람 간의 일이면 파면·해임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간통죄 위헌 후 여러 변화가 생겼다”며 “공무에 영향을 줬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옛날처럼 불륜을 저질렀다고 곧바로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라고 보기는 곤란할 것 같다”고 했다.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공무원의 사생활까지 당연히 징계·감찰 대상으로 삼는 분위기가 있다”며 “지나친 사생활 관여이고 없어져야 할 악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품위유지의무 규정은 나름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사생활을 끌어들이는 건 곤란하다”며 “비위유형별 사례가 충분히 쌓였기 때문에 보다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숭인의 김영미 변호사도 “쉬는 날이나 여가시간까지 증거를 수집해서 징계를 요구하는 건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간통죄 위헌 결정 이후 공무원 불륜에 대한 징계 수위는 낮아지는 추세로 보인다”고 말했다.

구자창 안명진 기자 critic@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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