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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이종락 (17) 굴비상자에 아이 담아 교회 문 앞에 놓아두고는…

2007년 4월 주사랑공동체교회 앞에서 발견된 굴비 상자 안에 온유가 자고 있다.

1999년부터 2006년까지 장애로 인해 가정에서 돌볼 수 없거나 병원에서도 감당하기 힘든 아이들이 한두 명씩 주사랑공동체교회 장애인생활공동체로 모였다.

2007년 4월 꽃샘추위가 있던 어느 날 새벽 3시쯤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기로 바람 소리가 분명 들렸는데 1분 정도 아무 말이 없었다. 그때 “후… 목사님”이라 말하며 절망감에 빠진 목소리가 들렸다.

“죄송합니다. 아기를 교회 앞에 데려다 놨습니다.” “아이를요? 지금이요?” “아니요. 한 20분 지났습니다. 이다음에… 이다음에… 정말 죄송합니다.” 남자는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대문 앞으로 다가가 문을 여는데 고양이가 후다닥 달아났다. 깜짝 놀라 아래를 보는데 가로등에 희미하게 비친 종이상자와 까만 비닐봉지가 놓여있었다.

상자 속에는 얼굴빛이 파랗게 된 아기가 있었다. 아내에게 얘기해 사진기를 가져오라고 한 뒤 사진을 찍고 아이가 담긴 상자째로 안방에 옮겼다.

냄새가 진동했다. 굴비를 담았던 상자였다. 냄새를 맡은 고양이가 상자를 열기 위해 애를 썼던 발톱 자국이 선명했다. 더 지체됐더라면 큰일 났을 거란 생각에 온몸이 오싹했다. 까만 비닐봉지에는 우유병 한 개와 다섯 개의 기저귀가 들어 있었다.

상자 안에는 배냇저고리에 둘러싸인 아기뿐 아니라 ‘죄송합니다’라고 적힌 한 장의 메모지가 있었다. 배냇저고리를 벗겨내니 탯줄 끝에 집게가 집혀있었다. 다운증후군 장애가 있는 여자아이였다. 나와 아내는 목놓아 울며 기도했다. 그랬더니 아이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내는 생기를 찾은 아이를 위해 곧바로 젖병에 우유를 타서 아이의 입에 물렸다. 아이는 배가 고팠는지 젖병을 힘껏 빨기 시작했지만, 우유가 쉽게 줄어들지 않았다. 젖병의 우유가 사라질 때쯤 아기는 내 품에서 소곤소곤 자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 부부에겐 1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아이의 이름을 온유라 지었다. 온유는 가슴으로 낳은 내 친자녀가 됐다. 온유는 다운증후군으로 가끔 병원에 다녀야 하지만, 건강하게 잘 성장하고 있다.

온유가 발견된 후 옆집 주차장과 공중전화 박스, 공원 입구 등에서 장애 아기들이 발견됐다. 사회복지시설이 아닌데도 경찰관까지 아기를 안고 찾아왔다.

‘이러다 자칫 대문 밖에서 아기들이 사체로 발견되면 어떡하지. 하나님, 이 아이들을 지킬 수 있도록 지혜를 허락해주세요.’

온유를 발견하고 1년이 된 어느 날 국민일보를 보는데 눈에 띄는 기사 제목이 있었다. 체코의 베이비박스 기사였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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