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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 직전 냉정한 슈팅, 잇따른 후반전 득점…손흥민이 차가워졌다

선수들에게 열정은 중요한 덕목이다. 종종 ‘전쟁’과 비교될 정도인 축구 경기에 나서는 이들이 뜨거움을 갖지 못한다면, 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이미 지고 시작하는 꼴이 된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그런 열정만큼 중요한 것이 또 냉정이다.

찰나의 선택 하나로 희비가 엇갈리는 게 스포츠다. 열정을 가지고 뛰되 그것이 흥분으로 넘어가는 것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자신과 팀 전체에 화로 되돌아온다. 수비수의 냉정하지 못한 실수 하나는 실점으로 직결되고, 공격수의 차갑지 못한 마무리는 팀 승리를 날려버린다.

토트넘의 에이스이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전체에서도 톱클래스 선수로 자리매김한 손흥민이 근래 가장 돋보이는 모습은 그 냉정함이다. 지닌 열정이나 의지에 비해 마무리의 침착함이 다소 부족했던 손흥민은, 이번 시즌 들어 부쩍 차가움이 늘어난 모습이다.


토트넘이 1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의 빌라 파크에서 끝난 2019-2020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6라운드 아스톤 빌라와의 원정경기에서 3-2로 역전승했다. 11승7무8패 승점 40점이 된 토트넘은 5위로 순위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마지노선인 4위 첼시(승점 41)와의 격차는 이제 1점이다.
주인공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0-1로 뒤지고 있던 전반 막바지 동점골, 그리고 2-2로 끝날 것 같던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골로 멀티골을 작성하며 승리의 수훈갑이 됐다. 첫골은 페널티킥이었다. 토트넘은 1-1로 팽팽하던 전반 추가시간 스티븐 베르바힌이 빌라 박스 안에서 파울을 당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모리뉴 감독의 선택은 키커 손흥민이었다. 애초 시도한 슈팅은 골키퍼 레이나에게 막혔지만 튀어 나온 공을 손흥민 스스로 재차 마무리, 득점을 완성했다. 다소 개운치 않았던 맛은 후반 종료 직전 결승골로 만회했다.

후반전에도 활발한 모습을 보이던 손흥민은 2-2로 끝날 것 같던 경기를 토트넘의 승리로 바꿔 놓았다. 종료 직전 후방에서 넘어온 공이 아스톤빌라 수비수 엥겔스의 실책으로 손흥민에게 흐른 것이 단초였다. 공을 잡은 손흥민은 특유의 스피드를 살려 드리블 치고 아스톤빌라 박스 안까지 진입했다. 이후 플레이가 일품이었다.

빠른 스피드를 침착하게 줄이며 공을 컨트롤한 손흥민은 골키퍼의 움직임과 슈팅의 궤적을 정확하게 계산해 가볍게 밀어 넣었다. 93분이 넘어가던 시간이었다. 체력이 고갈될 때고 때문에 집중력도 떨어지는 것이 정상적인 순간인데 ‘킬러’다운 차가움으로 상대를 쓰러뜨렸다.

이날 멀티골로 손흥민은 5경기 연속골을 작성했다. 프로 데뷔 최초의 이정표였다. 손흥민에게는 한때 ‘손기복’이라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잘할 때와 그렇지 못할 때의 차이가 크다는 의미였는데 이제 옛 이야기가 됐다. 그만큼 스스로에 대한 컨트롤이 가능해졌다는 방증이다. 그 5경기에서 나온 골이 모두 후반적에 작성됐다는 것도 흥미롭다.

손흥민은 지난 1월23일 노리치시티전에서 후반 34분 박스 안에서 머리로 득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8일 번리전에서의 ‘70m 질주 후 원더골’ 이후 46일만의 득점이자 2020년 마수걸이 득점포이자 5경기 연속골의 출발이었다. 손흥민은 사흘 뒤인 1월26일 사우샘프턴과의 FA컵 32강에서 후반 13분 선제골로 2경기 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이어 지난 3일 강호 첼시와의 EPL 25라운드에서 1-0으로 불안하게 앞서고 있던 후반 26분 쐐기골을 터뜨렸고 지난 6일 사우샘프턴과의 FA컵 32강 재경기에서는 후반 41분 PK로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그리고 아스톤빌라전에서의 후반 추가시간 ‘극장골’까지, 5경기 내내 후반전에 골맛을 봤다.
이날 기록한 2번째 득점이자 결승골은 손흥민이라는 플레이어의 클래스를 엿볼 수 있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스피드를 살린 정교한 드리블 그리고 냉정했던 마무리까지, 내용과 결과 모두 흠 잡을 데 없었다. 킬러 손흥민이 확실히 차가워졌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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