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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조용헌 살롱] [1219] 심마니 백봉의 인생길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전국의 심산유곡을 돌아다니며 약초를 캐는 약초꾼을 일컬어 심마니라고 한다. 나는 전국의 명당을 찾아 유람하는 명당꾼인데, 남극노인성(南極老人星)이 가장 잘 보인다고 하는 제주도 서귀포의 산방산에 갔다가 우연히 심마니 백봉(白峰) 박길수(52)를 만났다.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본인까지 3대째 심마니 업을 이어오고 있다. 국립공원으로 유명한 산보다는 이름이 없고 인적이 드문 중간 정도의 산에 약초가 많다고 한다.

유년 시절에는 심마니 부모와 함께 남해 보리암 건너편의 뒷산 7부 능선에서 한집에 살았다. 70년대 초반에 아버지가 가끔 노루도 잡아다가 부자들한테 팔았다. 어머니는 땔감을 해서 머리에 이고 10㎞를 걸어가 바닷가 어부들에게 땔감을 주고 생선을 받아 왔다. 그러다가 산에 불이 나서 살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제주도로 이사 왔다. 초·중·고 시절에는 제주도 남원 공천포, 이후로 강원도 인제, 풍기의 소백산 골짜기, 안동의 학가산 자락, 제천 백운산의 덕동계곡, 문경 주흘산 자락에서도 살았다. 남들은 아파트와 수퍼가 가까운 곳에서 살았지만 백봉은 초롱불과 함께 등산화와 약초 배낭을 친구 삼아 전국 심산을 떠돌며 사는 인생이었다. 전국의 어떤 산, 어느 경사면에 어떤 약초가 있다는 것은 대강 파악하고 있을 정도이다.

"당신에게 산은 무엇이냐?" "산이 나에게는 스승이요, 친구요, 가족이다." "어떤 경우에 스승이 되나?" "이 산에서는 틀림없이 산삼 몇 뿌리를 캘 거라고 사전에 확신을 하고 가면 7~8시간을 돌아도 허탕을 치는 수가 있다. 그러고 나면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공부만 했구나' 하고 포기한 채 산길을 내려가면 그 앞에 신기하게도 삼(蔘)이 보이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1995년도 안동 학가산 자락에 살 때 아버지가 산삼을 한 뿌리 캐왔다. 부자지간에도 삼을 캔 정확한 지점은 절대 알려주지 않는 법이다. 대강 어디 근방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그 일대를 일주일간 이 잡듯이 뒤졌다. 그러고 나서 처음으로 한 뿌리를 캤다.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때에 느꼈던 그 희열감을 생각하면 심장이 뛴다고 한다. 이때부터 심마니로서의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요즘은 뭐 먹고 사나?" "금화규(金花葵)라고 하는 약초를 농장에서 재배한다. 중국에서 귀한 약초로 대접받는 이 금화규가 우연히 제주 애월(涯月)에서도 자라는 것을 발견하였다. 식물성 콜라겐과 에스트로겐이 함유되어 있다는 약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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