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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달째 구속영장청구 0명…사법농단 수사 어디까지 왔나?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창설 7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읽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사법부 창설 7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읽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검찰의 사법농단 사건 수사가 17일로 넉 달째에 접어들었다. 웬만한 사건 같았으면 진작 끝났을 시점인데, 이번 수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구속영장 청구가 단 한 건도 없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절반도 못 왔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법원의 잇따른 영장 기각과 비협조를 넘어선 ‘수사 방해’ 탓이 크다. 20명을 훌쩍 넘는 검사들이 투입돼 석 달 넘게 진행 중인 검찰 수사는 어디까지 왔는지, 무엇을 향해 가는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검찰의 속사정을 짚어봤다. ①“수사 적극 협조” 대법원장 발언 뒤 변화가 있나?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13일 ‘대한민국 사법부 70돌’을 기념하는 법원의 날 행사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부율 10%, 10개를 넣으면 1개를 내준다는 압수수색영장 기각과 그에 따라 거세진 비판 여론을 의식한 말이다. 김 대법원장의 발언 뒤 변화가 있을까. 김 대법원장의 발언 다음 날,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전담법관은 이번 사건의 ‘핵심’ 중 하나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차명 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했다. 판사 출신 변호사 사무실에 대해서는 영장을 내주면서 판사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불허했다. 주요 자료가 은닉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주거지 압수수색도 허용하지 않았다. 대법원장 발언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의사표시일까. 검찰 관계자는 “어떤 변화도 없다. 그냥 하던 대로 기각하고 있다. 대법원장 한 마디에 바뀔 거라고는 애초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영장 기각을 통해 ‘재판과 사법행정은 분리돼 있다, 대법원장 말에 우린 영향 받지 않는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고 싶은 것인가. 진작에 법원이 그런 자세로 일했으면 사법농단 사건 자체가 없지 않았겠냐”고 반문했다. ②‘사건 핵심’ 임종헌·박병대·양승태는 언제 소환되나? 최근까지도 임종헌 전 차장은 추석 연휴 전 ‘포토라인’에 설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주요 소환자들 대부분이 임 전 차장한테서 ‘재판 거래’ 등과 관련한 각종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기 때문에 출석이 임박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검찰 관계자는 “임 전 차장은 추석 전 조사가 어렵다. 소환하기 전에 다져야 할 것이 많다”고 했다. 사진 찍기 위한 소환은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임 전 차장의 ‘윗선’인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이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소환 일정은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세 사람 중에선 임 전 차장이 가장 먼저, 추석 연휴 뒤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박 전 처장이나 양 전 원장과 관련해 임 전 차장에게 물어볼 것이 많다고 한다. 임 전 차장 조사는 한 차례로 끝날 것 같지 않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실무를 총괄한 임 전 차장은 한번 소환으로 조사가 끝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이규진 전 상임위원도 공개·비공개를 포함해 검찰에 모두 10차례나 소환됐다. 자신의 업무 수첩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임 전 차장의 지시를 실행하고, 관련 문건 수만 개를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도 10여 차례 소환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임 전 차장도 검찰에 ‘사실상 제출’한 유에스비(USB) 저장장치의 문건들과 관련해 설명해야 할 것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박병대 전 처장이나 양 전 원장은 사정이 조금 다른 듯하다. 검찰 관계자는 “그런 고위법관 출신을 (망신주듯) 여러 번 부르기는 좀 그렇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두 사람은 수사가 정점에 다다를 무렵 검찰에 출석할 가능성이 크다.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돼 검찰에 공개 소환된 ‘양승태 대법원’ 시절 고위 법관들. 왼쪽부터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서울고법 부장판사),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변호사),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서울고법 부장판사).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돼 검찰에 공개 소환된 ‘양승태 대법원’ 시절 고위 법관들. 왼쪽부터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서울고법 부장판사),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변호사),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서울고법 부장판사).

③검찰의 수사 초점 어디에 맞춰져 있나? 검찰은 지끔까지 수사를 통해 상고법원을 둘러싼 ‘재판 거래’가 실제로 시도됐다는 사실은 상당 부분 확인했다고 한다. 임 전 차장의 유에스비(USB) 저장장치, 이규진 전 상임위원의 업무 수첩 등을 토대로 관련자들을 조사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 등이 참석한 ‘삼청동 회의’ 등도 밝혀냈다. ‘지시-입안-시도’까지는 어느 정도 윤곽이 파악된 셈이다. 그래서, 현재 검찰 수사는 재판 거래 시도가 실제로 실행에 옮겨졌는지를 파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검찰 관계자는 “보고서 내용을 읽어 보면, 목표가 뚜렷이 보인다. 실행하지도 않을 보고서를 만들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완강하다.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한 사법행정의 영역과 대법관-재판연구관들이 주축을 이루는 상고심 재판의 영역은 엄격히 분리돼 있어 재판 거래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한다. 일부 법관들은 재판 거래라는 말 자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정도다. 반면 검찰은 재판 거래가 실행됐다는 강한 심증을 갖고 있다. 특정 사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여부와 재판의 결론, 그로 인한 파급 효과, 대법원의 유·불리까지를 다룬 행정처 작성 문건들이 여럿 발견됐고, 일부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실에 전달된 것까지 확인된 상태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 법관들이 압수수색영장을 계속해서 기각하고, 대법원이 자료를 임의제출할 것처럼 하면서 지금껏 안 내놓고 있는 까닭은 재판 거래의 실행을 입증할 보고 문서 등이 압수될 것을 우려해서라고 본다”며 “재판 거래가 사법 농단의 핵심인 만큼 반드시 실체를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④검찰 수사 언제까지 계속될까? 해를 넘길까? 8월 말~9월까지만 해도 검찰 수사가 11월 말쯤이면 끝나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우세했다. 지난해부터 쉼 없이 지속돼온 적폐 수사의 피로감, 부정적인 방향으로 가는 경제 상황, 법원과 검찰의 ‘갑을관계’ 등을 두루 고려할 때 수사를 마냥 계속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최근 자기 증거인멸로 떠들썩했던 ‘유해용 사태’를 겪으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검찰에서는 양승태 대법원뿐 아니라 지금 대법원도 넓은 범위에서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간주하고 있다. 영장 법관들의 잇단 압수수색영장 기각은 검사들의 ‘전의’를 자극했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최근에 수사팀 검사들 몇을 만났는데, ‘법원이 이런 식으로 나오면 우리도 갈 데까지 갈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수사팀 검사들과 검찰 지휘부에선 ‘우린 앞으로 옷 벗고 나가도 변호사 노릇 해서 돈 벌기는 글렀다’는 말이 나온다. 법원이 수사팀 검사들 면면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변호사를 하더라도 재판 과정에서 갖가지 불이익과 불편함을 줄 것이고, 이런 사정이 소문 나면 자연스럽게 의뢰인도 떨어져 나간다는 얘기다. 검찰 관계자는 “어차피 이번 수사에 발을 담근 검사들은 법원에 찍혀서 나중에 변호사 생활도 제대로 못 할 것”이라고 했다. 대충하고 끝내지 않겠다는 검찰의 결기가 느껴진다. 이번 수사에 투입된 검사는 17일 기준으로 27명을 헤아린다. 검사가 3~4명만 투입돼도 큰 사건이라고 하는데, 근 7배가 넘는 대규모다. 과거 검찰사에 족적을 남긴 2003~4년 대선자금 수사도 검사 숫자가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일단 연말까지는 계속 수사한다는 게 검찰 지휘부의 방침이라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모쪼록 해를 넘기지 않았으면 한다”며 “언제 끝날지는 우리(검찰)가 아니라 법원이 하기 나름”이라고 말했다. 강희철 선임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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