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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선선한 바람, 추어탕을 먹을 때

김성윤 기자의 맛 이야기

추어탕은 더위가 한풀 꺾이고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온 이맘때가 제철이다. 미꾸라지를 뜻하는 한자 추(鰍)는 물고기(魚)와 가을(秋)을 합친 모양. 가을이면 겨울을 대비해 몸집을 불리고 영양분을 축적한다. 가을걷이 끝난 농가에서는 살찐 가을 미꾸라지로 탕을 끓여 보양 절식(節食)으로 즐겼다.

양식 기술이 발달하면서 추어탕은 일년 사시사철 즐기는 음식이 됐다. 양식 미꾸라지로 끓이는 추어탕도 가을에 먹어야 좋을까. 얼마 전 전북 남원에서 만난 남원추어요리협회 회장은 "그렇다"고 했다. 양식이라도 본연의 습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을에 더 살이 붙고 맛있다는 것이다.

미꾸라지의 어원은 '밑이 구리다'이다. 미꾸라지는 들이마신 공기를 항문으로 내보낸다. 이를 옛 사람들은 방귀 낀다고 생각했다. 지저분한 생선이라고 낮게 여겼다. 그래서 조선시대까지 추어탕은 신분 낮은 이들이나 먹는 천한 음식이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규경은 "미꾸라지를 성균관 부근 관노들과 백정들이 즐겨 먹는다"고 했다. 점잖은 양반들은 추어탕을 입에 대지도 않았다.

추어탕은 크게 남원·서울·원주·경북식으로 나뉜다. 전라도 음식이 전국을 평정했듯, 추어탕도 남원식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미꾸라지를 갈아 넣고 구수하고 걸쭉한 추어탕이 바로 남원식이다. 된장으로 양념하고, 우거지·파·들깨 등이 들어가고 부추와 '젠피'라고 하는 초피가루를 곁들인다. 인구 8만여 명에 불과한 남원에 추어탕집이 40여 곳이나 된다. 이 중 26집이 추어요리협회에 속해 있다. 추어요리협회 소속 식당에서는 국내산 미꾸라지만을 쓴다. 1959년 문 연 '새집추어탕'과 '할매추어탕'이 가장 오래됐다.

서울에선 추어탕이라 하지 않고 '추탕(鰍湯)'이라 부른다. 미꾸라지를 갈지 않고 통째로 넣는다. 미꾸라지를 갈지 않아 국물이 맑고 덜 텁텁하다. 양지, 내장 등 소고기로 국물을 내고 미꾸라지를 더한 다음 고추장과 고춧가루로 양념한다. 두부와 유부, 버섯이 들어가는 점도 특징이다. 육개장처럼 얼큰하다. 남원식 추어탕에 밀려 서울에서도 서울식 추탕 맛보기 힘들어졌다.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기도 하지만, 징그럽다는 손님이 늘면서 갈아주기도 한다. '곰보추탕'과 '용금옥', '형제추어탕'이 서울식 추탕의 명맥을 잇고 있다.

원주식 추어탕은 과거 여름 물가에서 물고기 잡아 끓여 먹던 어죽 비슷하다. 고추장으로 간하고, 수제비를 떠 넣기도 한다. 강원도답게 감자가 빠지지 않는다. 깻잎과 버섯, 미나리가 들어가는 점도 다른 지역과 다르다. '원주복추어탕', '장터추어탕', '토정추어탕'을 많이들 찾는다.

경북식 추어탕은 미꾸라지뿐 아니라 여러 민물 생선을 두루 쓴다. 된장으로 간 하고 생선을 삶아 으깬다는 점은 남원과 같지만, 우거지 대신 시래기를 쓰고 들깨를 넣지 않아 투박하면서도 개운하다. 대구 '상주식당, 청도 '역전추어탕', '청도추어탕'이 이름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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