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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의 한 검찰청 막내 검사가 출근 후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점심 준비다. 내부 온라인 메신저로 선배 검사들에게 일일이 '점심 같이 드십니까?' '어떤 음식으로 할까요?'라고 물어 의견을 모은다. 선배들의 전날 음주 여부, 날씨도 감안해 식당을 최종 선택한다. 오전부터 회의나 재판 등이 있어 의견 취합이나 식당 예약을 미처 못하면 속이 타들어 간다.

이 막내 검사는 "저 같은 검사를 요즘 푸코라고 부른다"고 했다. '푸코'는 푸드 코디네이터(Food Coordinator·음식 기획연출가)의 준말이다. 검사들끼리의 은어(隱語)다. 검찰에서 수십 년 동안 사용됐던 '밥 총무'의 신조어다. 이 막내 검사는 "정말 화나는 건 밥 총무 일 자체보다 밥 총무가 없어졌다는 기사를 볼 때"라고 했다.

검찰은 2017년 9월 '밥 총무' 관행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2년 차 검사였던 고(故) 김홍영 검사가 2016년 상관의 폭언과 과도한 업무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자 '조직 문화 개선' 차원에서 이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 이름만 '밥 총무'에서 '푸코'로 바뀌어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

조국씨도 법무부 장관이던 지난 9월 14일 김홍영 검사 묘소를 찾아 무릎을 꿇은 적이 있다. 그는 참배 후 김 검사 부모의 손을 잡고 "검찰 조직 문화를 바꾸겠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이후 법무부 산하에 '개혁추진단' '개혁위원회' 같은 개혁 조직을 다수 만들어 검찰 '개혁 방안' '개혁 권고안' '개혁 규칙'들을 정신없이 쏟아냈다. 그는 10월 이런 급조 개혁안들을 성과로 열거하며 "어느 정권도 못한 일"이라고 한 뒤 사퇴했다. 어느 정권도 못했다는 그의 검찰 개혁은 '푸코' '밥 총무' 하나 바꾸지 못했다.

요즘은 눈만 뜨면 검찰 개혁이 화두다. 문재인 대통령이 9월 말 '조국 수사'를 벌이던 검찰을 향해 개혁을 주문하자 법무부와 검찰은 같은 날 1~2시간 간격으로 개혁안을 발표하기도 한다. 이미 발표된 개혁안만 20개에 육박한다. 누가 어떤 개혁안을 냈는지 검사들도 모를 지경이다.

이런 모습은 저수지 물 위에 사는 소금쟁이의 서커스 같다. 기껏해야 1㎝ 남짓한 소금쟁이 2~3마리가 서로 더 큰 박수를 받으려고 수면에 파동(波動) 일으키기 경쟁을 하는 듯한 모습이다. 소금쟁이가 묘기를 부려 박수를 받는다 해도 수면 밑은 잠잠하다. 수면 위에선 없어진 '밥 총무'가 물밑에선 '푸코'란 이름으로 살아 있는 것도 그동안의 검찰 개혁이 변화가 아니라 서커스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래놓고 법무부 등은 개혁안을 발표하기 며칠 전마다 개혁 아이디어를 취합해 올리라고 일선 검찰청에 공문을 보낸다. 검사들에겐 날벼락이다. 개혁 작업이 아니라 업무 방해다.